“금리인상 끝났잖아” 줄지 않는 가계빚…긴축정책 사실상 실패
가계빚 1876조...올 3분기에만 14조3천억 늘어 "금리 인하 기대가 가계부채 수요 자극" 우려도
2024-12-07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가계빚 증가세가 멈추질 않고 있다. 올해 3분기 가계대출이 전 분기보다 14조원 넘게 불어 또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높은 금리에도 부동산 경기 회복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이 17조원 이상 급증한 데다, 여행 등이 늘어나면서 카드 사용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긴축을 종료할 조짐을 보이자 우리나라 또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대출 수요가 더 늘어날 거란 우려도 나온다. 7일 한국은행의 '2023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2분기 말(3월 말·1861조3000억원)보다 0.8%(14조3000억원) 많았다. 기존 기록이었던 지난해 3분기 말(1871조1000억원)을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가계신용은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의 영향으로 작년 4분기(-3조6000억원)와 올해 1분기(-14조4000억원) 잇따라 뒷걸음쳤지만, 세 분기 만인 2분기(+8조2000억원) 반등한 뒤 3분기에 다시 새로운 정점을 찍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 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3분기 말 잔액이 1759조1000억원으로 2분기 말(1747조000억원)보다 11조7000억원 증가했다. 역시 잔액이 종전 기록인 작년 2분기(1757조1000억원)를 뛰어넘어 역대 가장 많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1049조1000억원)이 17조3000억원 급증하며 직전 분기에 이어 최대 잔액 기록을 또 경신했다. 증가 폭도 2분기(14조1000억원)보다 더 커졌다. 3분기 가계 판매신용 잔액(116조6000억원)도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회사(+2조8000억원) 위주로 2조6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3조3000억원)와 2분기(-5000억원) 연속 감소한 뒤 세 분기만의 반등이다. 여행·여가 수요가 늘면서 신용카드 이용 규모도 커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주택시장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는데, 향후 가계신용도 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정책의 효과도 시차를 두고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계부채 수요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요청에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줄여 사실상 금리를 높이거나 한도를 줄이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고 있지만, 현재 금리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관리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이르면 내년 3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금융채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 5일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급) 평균 금리는 지난달 초에 비해 0.665%p 떨어진 4.069%를 기록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글로벌 통화당국의 발언이 나오고 있어 다시 변동금리 주담대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며 "다만 금리 인하가 점쳐지는 상황에서는 신규 대출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Stress DSR)’ 방안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규제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8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 기관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날 금융위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스트레스 DSR의 세부 방안을 마련해 연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DSR 적용 예외 항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취약층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는 선에서 DSR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전세 대출의 DSR 산정 체계 포함 등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의 구체적인 방안은 12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한도를 정할 때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제도다. DSR은 소득에서 대출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금융 기관에서 신규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