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토허제 풀렸는데… 강남 빌라도 찬밥 신세
고금리 지속에 갭투자 매력도 떨어져
2024-12-10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빌라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4동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비(非)아파트 대상 토지거래허가 규제가 해제되면서 문의도 늘면서 긍정적이긴 하지만 어차피 빌라는 거래가 지난 2022년 연말부터 안 됐다”며 “규제가 해제되면서 갭투자가 물론 가능해졌지만 그보다 전세사기 우려와 금리 등 변수들이 현재 전세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및 송파구 잠실동의 빌라와 단독주택, 상가 및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은 지난 11월부터 토지거래 허가 규제를 받지 않게 됐다. 대치·삼성·청담·잠실동 일대는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2020년 6월 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세 차례 연장돼 규제를 받아 왔다. 토허제는 토지의 투기적 거래 성행 또는 지가 급등 지역이나 그럴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통령령으로 지정, 토지는 물론 해당 지역 주택과 상가 거래 시 구청장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이번 토허제 대상에서 비아파트가 해제되면서 거주의무기간 2년도 사라져 해당 지역 빌라에 대한 갭투자가 가능해졌다. 다만 고금리와 불투명한 집값 전망에 매매 움직임은 찾기 힘든 상황이다. 강남구 대치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토허제에서 해제됐단 소식에 투자자들로부터 전화는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아직 문의만 있을 뿐 집을 보러 오거나 매매로 연결되는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군지인 대치동 특성을 감안하면 결국 시간을 두고 갭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수요 움직임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도 이번 규제 완화로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애초 전세사기 등 여파로 빌라 수요가 높지 않은 데다, 전세가격 마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 매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서울의 연립·다세대 거래량은 10월 기준 1715건으로 전월 1953건 238건 감소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비아파트 시장이 워낙 침체돼 거래가 소폭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빌라는 전세사기에 따른 기피와 공시지가 하락과 전세보증 가입 기준 강화로 전셋값이 크게 내려가면서 예전과 비교해 갭투자 하려면 자기자본이 20~30% 더 들어가기 때문에 매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