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부동산PF 부실채권 정리 눈앞

부동산 경기 침체에 고금리...금융권 “내년 더 어렵다” 정부 “부실 채권 경·공매 통해 PF 연착륙 추진”

2024-12-10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며 시장은 금융업의 ‘뇌관’이 터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간 부실 채권 만기 연장으로 근근히 버텨 왔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에스앤피(S&P)와 나이스신용평가 공동 세미나에서 “올해와 같은 방식(만기연장 등 위험 이연)으로 내년까지 더 끌고 갈 수 없다고 본다”며 “사업성이 도저히 안 나오는 사업장은 부실을 터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업성이 아주 낮은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터질 것이고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으로 생각한다”며 “손실이 나올 수 있지만 경착륙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정부가 핸들링(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으로, 3월 말(131조6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 늘었다. 이 기간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도 2.01%에서 2.17%로 0.16%포인트 상승했다. 증권사의 경우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7.28%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5대 은행, 대형 증권사 등을 참여시켜 대주단 협약을 가동, PF대출 만기 연장을 유도해 왔다. 이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금리 인하를 가정했던 것이지만 상황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 본부장은 “기준금리 조기 인하와 부동산시장 회복을 전제로 브릿지론의 만기가 연장돼 왔는데 기대가 무산됐다”며 “토지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해, 브릿지론 토지의 경매·공매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본 PF로 넘어가기 전 토지 매입 등 자금 조달을 위해 일시적으로 끌어오는 대출이다. 브릿지론 신규 대출 금리는 2012년  8~9%에서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인 20%까지 올랐다. 여기에 수수료율을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고 있다. 또 차환금리도 10%대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브릿지론은 통상 본 PF보다 수익성이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김대현 에스앤피 상무는 이번 세미나에 참석해 “증권업과 저축은행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판단한다”며 “대형 증권사나 은행 계열사인 증권사는 잠재적 리스크로부터 잘 대처해나갈 수 있지만 PF 익스포저가 큰 중소형 회사는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긴축 완화는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는 부실 채권 관련 만기 연장보다는 경매나 공매를 통한 상각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부실 대출이 만기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이자율이 올라갈 것이고 연장을 위한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며 “대형 금융사의 경우 미리 충당금을 설정해 리스크를 줄여 왔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위험 노출 정도가 더욱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 수도권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라며 “지방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10월 주택 통계를 보면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1만224가구로 전월(9513가구)보다 7.5%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이 1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2021년 2월(1만779가구)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미분양 물량이 더 가파르게 늘었다. 수도권은 9월 1836가구에서 10월 1954가구로 6.4% 늘고 지방은 같은 기간 7677가구에서 8270가구로 7.7% 증가했다. 전국 시도 중에서는 충남(30.9%)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대구 26.8%, 경기 21.2%, 제주 14.4%, 부산 8.2% 순으로 나타났다.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은 본 PF뿐만이 아니다. PF 사업 이전 삽을 뜨는 단계인 브릿지론의 부실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브릿지론에 대출을 내어 준 금융사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고금리가 길어질 경우 브릿지론의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대주단과 릴레이 회의를 통해 PF 연착륙을 추진해 나간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행사와 건설사, 2금융권 등까지 포함해 10여차례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은 신규 자금 및 만기 연장을 지원하고, 사업성이 없는 곳은 경·공매 등을 통한 정리를 추진하는 등 ‘질서 있는 연착륙’을 추진해왔고 이러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