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끝없는 긴축 시대…유통街, ‘인력 감축’ 칼바람
불황 장기화에 고용불안 더해진 ‘악순환’ 거듭 “불황기 인력감축 구조적인 현상 될 가능성 커”
2024-12-10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경기 불황에 소비침체가 이어지자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력 감축’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인건비라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수익성 개선이 불가피한 대형마트, 면세점, 홈쇼핑, 이커머스는 물론 화장품, 식음료 기업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희망퇴직을 시행중이다. 반면 ‘런치플레이션’ 등 복합적 요인으로 성장 기회를 얻은 단체급식·식자재 유통 업체들과 실적 개선 성과를 도출한 패션기업은 인원을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와 롯데홈쇼핑, 그리고 영화관 롯데시네마와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운영중인 롯데컬처웍스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창사 이래 세 번째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대상자는 전 직급에서 10년 이상 일한 직원이다. 2020년 점포 12개를 정리한 롯데마트는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 9월 만 45세 이상,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롯데컬처웍스도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자 세 번째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말까지 77년생 이상 장기근속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최근 매각 협상이 불발된 11번가는 지난해에만 15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자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식품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SPC 파리크라상은 지난달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칭다오 맥주 수입사인 비어케이도 희망신청을 받았다. 지난 9월 매일유업은 만 50세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엔데믹 이후 중국에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진 화장품업계도 경영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창사 이후 처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같은 달 아모레퍼시픽도 방문판매 사업부(뉴커머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업계는 경기 불황은 더욱 길어질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유통 시장을 둘러싼 변수들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반면 실적 개선 성과를 도출한 기업들은 인재확보를 통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아워홈은 지난 3일까지 ‘2023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해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인 100여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최근 아워홈은 기존 주력사업인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이 활기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 성과를 냈다. CJ프레시웨이도 지난달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지난해 대비 공개채용 규모는 80%가량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지역 단체급식 사업 진출에 성공한 현대그린푸드도 올해 공개채용에 전년 대비 10%가량 규모를 늘려 인력을 뽑는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한섬은 최근 4년 동안 새로운 패션 브랜드 확장 기조에 맞춰 사업 담당 인력을 늘려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한섬의 전체 직원수(기간제 근로자 포함·단시간 근로자 제외)는 1672명으로 4년 전 같은 기간 1217명과 비교해 37% 늘었다. 코오롱FnC와 LF도 고용 인력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올 3분기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사업 부문 전체 직원수는 1280명으로, 2019년 1166명과 비교해 10% 늘었다. 같은 기간 LF의 직원수도 1090명에서 1166명으로 7% 증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기를 맞으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건데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현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쟁력을 많이 잃은 유통 업체들을 중심으로 대대적 구조조정 바람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