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흠집 좀 있으면 어때”…고물가에 늘어나는 ‘중고·리퍼브’

불황형 소비 증가로 급부상한 중고·리퍼브 시장 대형마트·이커머스 리퍼브 매출 전년 대비 급증

2023-12-10     강소슬 기자
고물가와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고물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불황형 소비가 증가하자 '중고·리퍼브'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리퍼브 상품은 구매시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친환경적인 소비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과 이커머스에 불황형 소비가 늘자 중고·리퍼브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리퍼브란 ‘새롭게 꾸민다’는 리퍼비시(Refurbish)의 줄임말이다. 리퍼브 상품은 구매자 단순 변심으로 반품한 제품, 제조·유통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어 재포장한 제품이나 전시용 제품 등을 가리킨다. 사용감이 있는 중고 제품이 아니며 새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리퍼브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비주류로 인식되던 중고 거래도 대중화되자 중고 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등 시각 자체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까지 6배 불어났다. 올해 30조원 돌파가 관측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연간 두자릿수 성장세가 전망된다. 롯데마트는 리퍼브 브랜드 4개(올랜드&올소, 그리니, 두원, 줌마켓)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23개 리퍼브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10월까지 롯데마트 리퍼브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리퍼브 상품 관련 매출이 급증했다. 최근 오픈한 대구 동구 이마트 반야월점 리퍼브 매장 매출은 기존 5개 매장인 의왕, 일산, 펜타포트, 동구미, 과천점 대비 100% 가까이 신장했다. 전국 33개 ‘어썸마켓’을 통한 홈플러스의 올해 10월까지 리퍼브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온라인에서도 리퍼브 시장은 성장세를 보인다. 쿠팡은 지난 2월 리퍼브 매장 ‘반품마켓’ 출시 후 3개월 만에 35% 이상 이용자 수 증가량을 보였다. 11번가도 지난 4월 리퍼브 매장 ‘리퍼블리’를 오픈했으며, 티몬도 매월 17일 ‘리퍼임박마켓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티몬의 리퍼브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0%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장기화로 중고·리퍼브 상품은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리퍼브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MZ세대 사이에서 합리적인 소비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해당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