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안 지각' 장기화···'20일 처리' 합의에도 우려 여전
與 '건전재정' vs 野 '민생예산 증액'···신경전 계속 '쌍특검·3국조'도 뇌관···"여야, 막판 절충안 낼 것"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이루지 못한 여야가 정기국회 내 합의에도 실패하며 '예산 지각'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여야는 오는 20일 예산안 처리를 목표로 협상 중이나 불확실성은 여전해 기한을 지킬 수 있을진 미지수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11일부터 시작되는 12월 임시국회 개의에 합의한 여야는 20일을 기한으로 정해 예산안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견해차가 워낙 커 난항 기류가 포착된다.
정부·여당은 건전재정에 방점을 둬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경제 한파 속 민생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대폭 삭감한 지역사랑상품권과 새만금 SOC 예산을 증액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이미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겼고, 정기국회 기한(12월9일) 내 처리도 무산됐다. 이에 여야는 합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원내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참여시키는 '여야 예산안 2+2 협의체'도 가동했으나, 단기간에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다수당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협상 불발 시 감액 수정안을 단독 의결하겠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이 안 되면 감액만 한 수정안을 민주당 단독안으로 표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둔다"며 "정부여당이 국정에 대한 무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야당의) 발목을 잡는 방식으로 국정을 책임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야당의 으름장에도 불구, 정부·여당은 무리한 증액 요구는 물론 단독 처리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리한 야당 단독 처리는 있을 수 없다"며 "야당에서 일부 증액 요구가 있는 부분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감액된 범위 내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민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가졌다 할지라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부·여당이 결사반대하는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야당의 강행 처리가 현실화할 경우 기재부가 국회에서 수정된 예산안 내용을 명세서에 반영해 작성하는 계수조정 작업(시트 작업) 등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럴 경우 예산 마비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도 피할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예산 정국 시기에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과 '3개 국정조사'(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 처리가 겹친 만큼, 예산안 늑장 처리가 어느 때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시 여야는 모두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의식한 듯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예산안 협상은 퍼즐 같아서 다 맞췄다가 마지막 몇 개가 안 맞으면 무효가 되기도 하고, 맞으면 한 번에 맞기도 한다"며 "이달 20일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도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을 지키지 못한 데 이어, 정기국회 내 처리도 무산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거듭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의 예산안 합의 및 정부 예산안 처리 실패로) 준예산안 사태를 맞는 것은 여야 모두에게 큰 부담"이라며 "막판에 가서는 어떻게든 절충안을 내서 예산안을 처리하고, 정말 민감한 사안은 총선 이후에 다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