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몸값 뛰는 신기술 인력… 유출 방지에 총력 기울여야
경찰, 5년 6개월간 적발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 '총 78건' 기술 인재 대한 낮은 처우 및 정부·국민 인식 부족이 문제
2024-12-11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 세계 각국이 디지털 분야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며, 핵심 기술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인재 수요가 높아진 만큼, 기업‧국가 간 기술 인재 유실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는 경우가 증가하고. 동시에 국산 기술이 해외에 유출되는 사례도 증가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은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 6개월간 경찰이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는 총 78건으로, 검거자 수는 225명이라고 밝혔다. 유출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51건(65.4%)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8건(10.3%), 대만·일본이 각 5건(6.4%) 등이 뒤를 이었다. 유출 피해 업종은 기계 분야가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기전자 11건 △디스플레이 10건 △조선 9건 △자동차철도 4건 △정보통신 4건 △로봇 3건 순이다. 한국이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디지털 분야에서 특히 많은 기술 유출 사례가 발생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년간(2012~2021년) 해외로 떠난 이공계 유학생이 34만6239명이라고 밝혔다. 국내 핵심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주요 원인은 기술과 연구자에 대한 기업의 낮은 처우와 정부·국민의 인식 부족 등이 꼽힌다. 실제 국내와 미국의 기술 인재들은 받는 급여부터 큰 차이가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 근무자는 학사 출신 연구직의 경우 1억8000만원의 초봉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여타 지역보다 연봉이 높은 편이지만, 해당 지역의 물가가 높아 급여도 높게 반영됐다. 실제로 해당 지역의 월세는 43㎡(13평) 원룸 기준 350만원 수준이다. 다만 차를 타고 1시간 내로 이동 가능한 근교의 경우 200만원대 초반대로 낮아져 생활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고 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물가 대비 금전적 여유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전통 제약사 직원에 따르면, 국내 연구개발 직군 초봉(학사)은 4000만원 이상이다. 강남권 월세는 원룸 기준 75만원 이상이다. 미국과 한국 모두 월급여의 5분의 1을 집세로 소비하지만 식비, 생활비, 교통비까지 포함한다면, 미국에서 취업해야 금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한편, 최근 투자 시장서 독보적으로 성장 중인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인재 유출 우려는 더욱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조사한 ‘2022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부족한 AI 인력은 총 7841명이다. 앞서 2020년에는 1609명, 2021년에는 3726명 부족했다. 해마다 2배 이상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만성적인 AI전문 인재 부족 현상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기술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미국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연구원은 “국내 기술 인재의 연봉은 타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서울에서 살만한 집을 구할 정도는 아니다”며 “국내 중소기업은 특히 ‘고액 연봉을 받으니 추가 근무는 당연’이라는 사고방식이 깔려있어 근무 환경도 형편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