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혁신위 결국 '빈손 종료'···김기현 ‘혁신 방해’ 사퇴 압박에 버티기

與 혁신위, 11일 최고위 보고로 활동 공식 종료 金 "혁신안 반영 지원할 것"···사실상 사퇴 거부

2023-12-11     이태훈 기자
김기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친윤(친윤석열)·중진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요구'를 포함한 혁신안을 최고위원회에 종합 보고하는 것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혁신위가 김기현 대표와의 파워게임 끝에 빈손으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자 김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대표 퇴진 주장은 여당의 총선 위기론과 맞물리며 힘을 얻는 모습인데, 김 대표의 '버티기'가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혁신위는 이날 최고위에 그간 논의한 1~6호 혁신안을 보고하는 것을 끝으로 활동을 공식 종료했다.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난 박성중 혁신위원은 "모든 것은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최고위에서 (혁신안을) 많이 반영하길 요청했고, 당과 정부에서 국회법을 개정할 것은 국회로 협조 요청을 하고 당이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처리할 사안은 거기서 처리하도록 보고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혁신위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기해 출범한 혁신위는 당초 김 대표에게 혁신에 대한 전권을 약속받았지만, 이후 혁신위가 현역 의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다소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자 지도부는 당장은 받을 수 없다며 논의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결국 혁신위가 수확 없이 물러나자, 혁신을 통한 지지율 반등을 기대했던 당도 큰 혼란을 맞았다. 특히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했던 21대 총선보다 못한 결과를 받아 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며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혁신위와 대립각을 세우며 '혁신 동력'을 빼앗았다는 평가를 받는 김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부터 터져 나온 '김 대표 사퇴론'은 이날도 이어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는 대표가 되면 당 지지율 55%, 대통령 지지율 60%(5560 공약)를 달성해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지난 10개월 김 대표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김 대표가 5560 공약을 지키는 길은 자진사퇴뿐"이라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같은 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서도 김 대표를 향해 "더 이상 버티면 추해질 것"이라며 "김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혁신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닌 방해까지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X맨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내년 총선에서 여당의 크게 패할 것이라며 승리를 위해선 김 대표의 사퇴는 물론 대통령실도 총선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대표는 사퇴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당내에선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기에 지도부 교체만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끌기 어렵고, 공관위 출범 후에는 사실상 핵심 권력이 공관위에 집중돼 김 대표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며 김 대표를 비호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김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당헌·당규에 따라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관위를 포함한 당의 여러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 거부로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