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물가·고금리 늪에 빠진 유통시장… 내년 전망 ‘먹구름’
국내 대기업, 12월 내수·수출·투자 전망 '모두 부정적' 유통업계, 내년 소매시장 올해 대비 1.6% 성장 예측 소비자물가 4개월 연속 3%대 오름세… 소비심리 하락
2023-12-12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국민들이 주머니를 닫은 가운데, 소비자와 밀접한 유통업계는 내년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일 국내 경제 분석 기관들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남은 연말과 내년도 경기를 올해보다 더 낮게 전망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B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3.9포인트 상승한 94.0을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이전달보다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작년 4월(99.1)부터 기준선 100을 21개월 연속 하회하고 있다. 21개월 연속 부진은 2021년 2월 이후 최장기다. 특히, 내수(96.7), 수출(94.9), 투자(91.6)는 2022년 7월부터 18개월 연속 동시에 부진했다. 내수·수출·투자의 18개월 연속 동반 부진은 2021년 2월주 이후 처음이다. 업계는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고물가를 지목했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4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소비자들이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0%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식품은 지난달 대비 1.4% 하락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5.7% 상승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지난달에 비해 소폭 하락했어도 국민들은 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껑충 뛴 물가는 소비 심리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11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대비 0.9포인트 하락한 97.2로 집계돼 4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CCSI는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심리지표다. 장기평균치(2003년 1월 ~ 2022년 12월)를 기준값 100으로 한다. 이보다 작으면 경제 상황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일상생활 중 반드시 소비하는 필수재들이 소비자에게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은 공공요금(64.6%), 농축수산물(39.4%), 석유류제품(37.9%) 순이었다. 지난달에 비해 공업제품(+7.3%), 농축수산물(+6.9%)의 응답 비중이 증가했다. 잇따른 물가상승으로 소비 시장이 둔화되면서 소비자와 밀접한 유통업계는 내년 경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결과에 따르면, 내년 소매시장은 올해 대비 1.6% 성장에 머물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중 56.8%의 사람들은 내년 유통시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로 소비심리 위축(66.2%), 금리 인상 및 가계부채 부담 증가(45.8%), 고물가 지속(45.8%) 등이 꼽혔다. 대한상의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소매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정된 수요를 둘러싼 시장 내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분석했다. 응답 기업 중 절반이 넘는 기업들은 올해 업계 최대 핫 이슈로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54.8%)’이라고 응답했다. 짠소비 확산(36.4%), 온라인쇼핑 일상화(33.2%), 수익성 악화(30.0%), 배송전쟁(26.0%) 등이 뒤를 이었다. 고물가에 따라 소비 트랜드가 알뜰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변화한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춰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내년에 주목할 만한 글로벌 유통트렌드에 대해서는 신규 수익원 확보 및 비용절감을 통한‘수익중심 기조 강화’, 온오프라인 매장을 광고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리테일미디어 플랫폼 확산’, 편리한 쇼핑경험 제공 및 유통비용 감축이 가능한‘리테일테크 고도화’등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특히 온라인쇼핑의 강세는 국내에서도 관측될 것으로 예상됐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엔데믹으로 성장세가 꺾일 것 같았던 온라인쇼핑은 여행, 문화, 레저 등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고물가·고금리 상황의 지속으로 합리적 소비형태가 일상화되면서 내년에도 온라인쇼핑의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