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에 美 제공 백린탄 사용 의혹…백악관 "합법 용도일 것" 두둔
'악마의 무기'로 불려…IDF는 "예외적 사용 가능해" 반박
2024-12-12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초기에 사용해 논란을 빚은 백린탄이 미국이 공급한 무기의 일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군(IDF)이 지난 10월 중순 이스라엘 국경 인근의 레바논 남부 두하이라 공습 때 투하한 백린탄이 미국산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두하이라는 친(親)하마스 단체인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습을 위한 주요 거점으로 삼아온 곳으로, 이스라엘 습격 당시 주택·자동차 등이 전소 또는 부분 소실 됐으며 민간인 9명이 호흡곤란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WP는 자사 특파원이 두하이라에서 155mm 백린탄 3발의 잔해를 발견했으며, 해당 잔해의 표면에 적힌 일련번호 등으로 추정할 때 1989년과 1992년 루이지애나와 아칸소의 포탄 저장고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전했다. 백린탄은 백린을 이용해 대량의 화염과 연기를 불러일으키는 무기로 연막탄이나 소이탄으로 사용된다. 투하 지점 부근에서 광범위하게 파편을 튀기기 때문에 민간인 피해로 번지기 쉽고, 불꽃에 몸에 닿으면 뼈까지 타고 생존 시에도 막대한 후유증을 불러오기에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이 같은 WP의 보도에 대해 IDF는 성명을 통해 백린탄을 사용한 것이 국제법을 준수해 연막을 피우기 위한 용도였다며 기타 특정 사용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IDF가 "우리는 오로지 합법적인 무기만 사용한다"며 "많은 서방 군대와 마찬가지로 IDF도 국제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백린이 포함된 연막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 백린 대신 'M150 포탄' 등 안전한 대안을 쓸 수 있었다는 지적을 하는 것과 관련해선 "우리가 사용하는 주요 연막탄에는 백린이 포함돼있지 않다"면서도 "이를(백린탄을) 사용하기 위한 선택은 다른 선택지와 작전 고려 사항, 가용성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미국도 우려를 표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내 브리핑에서 "보도를 봤고 확실히 우려하고 있다"며 "더 많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질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커비 조정관은 백린탄 사용이 조명용이나 연막 생성용 등 '합법적 용도'가 존재한다며 "우리가 다른 나라 군에 백린탄 같은 품목을 제공할 때는 이런 합법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고 전쟁법을 준수할 것이라는 완전한 기대가 있다"며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미국은 자국 내 여론이 악화되고 있고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끝까지 지원하겠다는 뜻을 거듭 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하누카'(빛의 축제) 리셉션에서 "유대인들의 안전에 대한 나의 약속은 흔들림이 없다"며 "우리는 그들(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몰아낼 때까지 군사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