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실이냐 외형성장이냐…기로에 선 유통街, 새판짜기 ‘분주’
그로서리 시장 규모 증가…물류·배송 역량 강화 구조조정 돌입 및 비용 절감 통해 수익성 개선
2023-12-12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유통업계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 상황 속 새판 짜기에 분주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고물가 장기화로 대내외적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심화되자 내실 다지기 위주 전략을 펼쳐 수익성 확보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외형성장에 나서는 기업들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에 역대급 성장한 이커머스 기업 중 ‘탑 3’로 꼽히는 쿠팡·롯데·SSG닷컴은 그로서리(장보기/신선식품구매) 시장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자 물류와 배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쿠팡은 경기침체, 업황 둔화, 출혈경쟁 등 겹악재를 딛고, 지난 3분기 처음으로 분기 매출 8조원을 돌파해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해 유통업계 강좌로 올라섰다. 쿠팡은 국내를 넘어 대만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만 시장에 진출한 이후, 1년 만에 두 번째 대형 풀필먼트센터를 개설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세 번째 풀필먼트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쿠팡의 대만 풀필먼트센터 확장은 한국 소비재 중소기업에 내수정체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 수출을 극대화할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는 유료회원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을 필두로 다양한 혜택을 묶어 선순환 구조를 꾀하기 위한 하나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지속 강화해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롯데쇼핑도 이달 초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 강화를 위한 최첨단 자동화 물류센터인 부산CFC(Customer Fulfillment Center) 착공에 들어갔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조원을 들여 영국의 온라인 슈퍼마켓 ‘오카도(Ocado)’와 파트너십을 맺고 온라인 그로서리 주문부터 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Ocado SmartPlatform)’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2032년까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부산CFC는 전체면적 약 4만2000㎡(약 1만2500평) 규모로, 상품 집적 효율성을 높여 상품 구색을 기존 온라인 물류센터 대비 2배가량 많은 4만5000여 종으로 늘렸다. 배송 처리량 역시 약 2배 늘어난 하루 3만여 건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SSG닷컴은 지난해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전면 리뉴얼 후 1년만에 협력사의 신선식품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신선직송관’을 도입했다. 앞서 SSG닷컴은 지난해 ‘이마트몰’, ‘새벽배송몰’, ‘트레이더스몰’ 등으로 제공하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이마트몰로 일원화했다. 또 이마트몰 리뉴얼과 더불어 물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배송 정책도 변경했다. 이에 따라 SSG닷컴은 현재 지역별 인구 구조와 주문 수요를 반영해 배송을 실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수익성 개선을 위해 물류비와 광고비 등을 줄이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내실을 다지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컬리는 흑자 달성을 위해 판매관리비(판관비) 효율화 작업에 나서 익성을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전년 대비 운반비 5.6%(448억원→423억원), 포장비 12.7%(201억원→176억원) 각각 줄었다. 운반비와 포장비는 판관비 구성 중 두 번째, 네 번째로 큰 비용이다. 광고선전비는 77억원으로 전년 동기(109억원)대비 29.5% 감소했다. 롯데는 유통 계열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다. 영화관 롯데시네마와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달 29일부터 근속 3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29일부터 전 직급별 10년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으며, 롯데홈쇼핑도 지난 9월 만 45세 이상,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GS리테일도 1977년생 이상의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으며, 11번가도 만 35세 이상 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쇼핑 환경 변화와 성장성에 따라 시장이 계속해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치열해지자 유통업계는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외형성장을 하거나 조직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해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