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③최창원 SK수펙스 의장
사촌형 최태원 회장 이어 SK그룹 '2인자' 부상 바이오, 에너지 등 다방면에서 경영 성과 입증
매일일보 = 신영욱 기자 |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SK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다. 최 부회장은 최근 그룹 내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신임 의장으로 선임됐다. 명실공히 SK그룹 2인자의 자리에 오른 만큼 최태원 회장과 함께 하는 '사촌경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최창원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MBA)를 취득했다. 그는 지난 1994년 선경인더스트리 경영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해 3년 후인 1997년 전략기획실장 이사로 승진했다. 이후 여러 직책을 통해 경험을 쌓은 그는 2017년 SK케미칼·SK가스·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중간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최 부회장은 최근 진행된 SK그룹 조직개편과 함께 재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동안 SK그룹을 이끌어온 대들보와 같았던 부회장 4인방이 2선으로 물러나는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진행된 가운데 최 부회장이 그룹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의장에 선임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가 이끄는 SK디스커버리는 외견상 그룹에 속해 있으나 사실상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사촌동생 최창원 카드는 SK그룹 내에서도 상당히 파격적인 카드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평소 그룹 확대경영회의 등 중요 행사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바로 옆 자리에 앉는 등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SK㈜ 보유 지분이 없고 SK디스커버리 계열사 현안이 많다는 이유로 의장직을 고사해 왔으나 최 회장의 지속적인 설득으로 결국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 부회장은 향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본인 스스로도 그룹 2인자 자리에 오른 데다, 총수인 최 회장의 신뢰가 두터운 만큼 운신의 폭도 넓을 것으로 평가된다. 진중하고 일에 몰두하는 성격인 그는 이전까지의 경영활동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는 물론 강한 추진력도 보여온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최 부회장의 경영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 사례는 바이오산업이다. 그는 지난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바이오 사업의 핵심인 백신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세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사업 성과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드러냈다.
설립 2년여만인 2021년에는 개별기준 매출이 9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2021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57.5% 증가한 4742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모회사 SK케미칼도 2021년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밖에 2015년에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SK플라즈마를 설립하기도 했다. SK플라즈마는 선천적 면역결핍질환, 혈우병, 화상치료 등에 사용되는 혈액제제 전문기업이다. 혈액제제는 연구개발과 생산에서 기술의 장벽이 높아 세계적으로도 전문기업이 30여 곳에 불과하다. 특히 SK플라즈마는 지난 2021년 싱가포르 국가입찰에서 6년 치 2300만 달러 규모의 혈액제제를 수주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SK가스 사업 다각화, SK디스커버리 지주사 체제 강화 등 여러 방면에서 성과를 만들어낸 인물인 만큼 그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상당하다.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이 함께 경영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은 SK그룹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현재의 SK그룹을 있게 만든 최종건 창업주와 최종현 회장의 형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선경직물 수원공장에 입사한 최종건 창업주는 1953년 선경직물을 인수해 SK그룹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직물 사업을 바탕으로 사세를 확장해 정유화학, 무역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고, 동생 최종현 회장은 미국 위스콘신대 졸업 후 시카코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1962년 귀국해 경영에 본격 합류했다.
1973년 최종건 차업주가 별세하자 최종현이 회장이 기업 경영을 도맡았다. SK그룹은 그의 지휘아래 대한석유공사(유공) 인수, 통신사업 진출 등 여러 사업에서 성공을 계속했다. 회사를 성장시킨 최종현 회장은 후계구도에 대한 별 다른 뜻을 남기지 않고 별세했지만, 최종건 창업주 집안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모여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현 회장을 차기 총수로 선출하는 등 형제경영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 부회장과의 사촌경영으로 이 같은 경영이 한층 더 강하게 이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