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안 ‘2+2 협의체’ 가동···기재부 '요지부동' 협상 난항
민주, R&D·지역화폐 등 8조원 증액안···정부·여당 '난색' 정부 강경 입장에 與 협상력 '제한'···野 '단독 의결' 압박
2023-12-13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에 실패한 여야가 '2+2 협의체'를 가동해 논의에 진전을 꾀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산안 지각' 사태를 맞은 만큼, 20일까지는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다만 정부 제출안에 대한 양당 입장차가 커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합의 처리를 위해 이날도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양당 원내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참여하는 예산안 '2+2 협의체'를 통해 예산안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2 협의체 등) 다양한 형태로 접촉을 하고 있다"며 "우선은 예결위 간사 간에 협의를 하고 있고, 이번주 중 2+2 협의체가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산안 지각 사태를 맞은 여야는 예산안 처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은 공유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2월 정기국회 내에도 예산안 합의 처리에 이르지 못하자 "국민께 송구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정부가 제출한 659조원 규모의 예산안과 관련, 여야 간 쟁점이 워낙 많아 2+2 협의체를 가동하더라도 크게 속도가 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4조6천억원의 감액과 8조원 규모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감액을 요구하고 있는 대표적 항목은 원전 관련 예산과 정부 예비비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신(新)재생에너지와 R&D, 지역사랑상품권, 새만금 관련 예산의 증액을 요구한 상태다. 정부·여당은 민주당 제안을 대부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예산 운용 주체인 정부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추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원칙이 분명하다"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총지출액에 국회 순증액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윤 원내대표의 운신폭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2+2 협의체에서도 전향적 결과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따른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 배경에 여당에 대한 대통령실의 지침이 있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부정하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작년에도 예산안 협상과 관련해서 (주호영 당시) 여당 원내대표가 힘들어했다"며 "국회에서 협의하고, 그 내용들이 어느 정도 수용되고 해야 여야 간의 협상이 진행되는데 대통령실에서 틀어버려서 다시 원점으로 가는 형태가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야당이랑 얘기하면 하는데, 대통령실과의 협의가 잘 안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며 "사실 윤 원내대표는 훨씬 더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2+2 협의체에서도 진척이 없다면 자신들이 준비한 감액안을 단독 의결하겠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현재 민주당 수정안으로 의결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마냥 늦어질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예산안 대치 정국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예산안 처리가 더 장기화되는 것은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라며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선에서 처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