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이·팔 휴전 촉구 결의안 채택…'美 주장' 하마스 책임은 빠져

지난 10월 말 이어 두 번째 결의안 채택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어

2024-12-13     이설아 기자
12일(현지시간)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세계연합(UN·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찬성 153표·반대 10표·기권 23표로 가결했다. 이번 휴전 결의안 채택은 지난 10월 말에 이어 두 번째다. 총회 결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와는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지난 8일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기 때문에 유엔은 다시 한 번 총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아랍 국가들이 제출한 해당 결의안에는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즉각적인 휴전에 돌입하고 인질 석방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당초 미국이 주장한 "전쟁의 책임이 하마스에 있으며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결의안 수정안을 제출하며 "미국도 인도주의적 휴전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하마스가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한 행위에 대해선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수정안은 84개국의 찬성만을 얻으며 부결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규탄이 빠진 유엔 결의안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결의안 표결 직전 "하마스의 책임이 거론되지 않은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테러리스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면서 "만약 러시아나 중국, 튀르키예 정부가 이 같은 공격을 당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느냐"라고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한편 이처럼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스라엘에 대한 절대적 옹호' 방침을 밝혀온 미국도 다소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그들(이스라엘)은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강경한 정부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번주 중 이스라엘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파견할 예정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에서 미국의 대이스라엘 공약 이행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전술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설리번 보좌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미국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내년 1월께 지상군 투입을 축소하고 하마스에 대한 선별적 타격에 나서도록 이스라엘을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에서 가자지구 재점령론 등 과격론이 끊이지 않고 있어 타협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