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분할 납부 시행해도 걱정 ‘태산’…실효성 두고 논란
정부, 소상공인·뿌리기업 대상 분납제도 시행 현장서는 “실질적인 도움 미미하다”는 입장 근본적인 에너지 비용 절감 마련 요구 커져
2024-12-14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소상공인과 뿌리기업이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전기요금을 분납할 수 있게 됐지만.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영세 중소기업과 뿌리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전기요금 분할 납부 제도를 시행한다. 한전과 직접 전기 사용 계약을 체결한 고객은 한전 모바일 앱 한전:ON 등을 통해 직접 신청할 수 있다. 기존 여름철에만 시행하던 소상공인·뿌리기업 대상 전기요금 분할 납부를 겨울철에도 확대·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질적인 분납제도 활용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에너지 요금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완화해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펼쳐왔다. 요금 납부유예 등 단기 대책만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전기수요가 많은 하절기 요금할인, 소상공인 전기요금체계 개편 등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소상공인의 공통적인 바람이다. 소공연은 에너지 지원 법제화, 소상공인 전용요금제 신설 등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을 정부가 마련하길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다. 복합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에너지요금 지원책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모처에서 요식업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여름 냉방비 폭탄을 맞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는데, 곧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진다는 소식에 난방비 걱정부터 먼저 드는 상황이다”라며 “식당의 경우 손님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우리 가게에선 전기난방기구를 주로 사용하는 만큼 이번 겨울 난방비 걱정이 태산이다. 분납제도 역시 근본적인 부담을 줄여주기엔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소공연 관계자는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분납은 일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며, 현실적인 지원책으로 와닿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라며 “정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신청률 역시 높아야 하는데 신청률 역시 매우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합회는 이전부터 에너지 바우처나 요금할인제도, 소상공인 전용 요금제 신설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기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뿌리기업의 어려움도 고조되고 있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작년 전기료가 27% 폭등하며 주물·금형·용접·열처리 등 중소뿌리기업들은 영업이익의 절반에 달하는 43.9%를 전기료로 고스란히 지불했다. 현장에선 분납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신청을 못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분납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신청 단계 역시 걸림돌로 작용한다. 납품대금연동제에 에너지요금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제조비용 중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뿌리기업의 경우 전기가 실질적인 주요 원재료인 만큼, 제도 적용기준을 재료비가 아닌 공급원가 기준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연동제의 적용대상이 재료비에 국한돼 공급원가에서 노무비, 경비가 많이 차지하는 업계의 경우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크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논평을 통해 “정부는 한전적자와 무관한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요율을 조속히 인하하고, 납품대금연동제에 전기료를 포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에너지 비용 부담이 높은 뿌리 중소기업의 충격을 완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오선 동아플레이팅 대표(부산청정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분납제도 신청률이 낮은 이유는 현장에서 해당 제도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다”라며 “또한 부가세의 경우 금액이 크고 일정 기간이 있는 만큼 분납을 해도 효과가 있으나, 전기요금은 매달 발생하는 만큼 첫 한 달 정도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 다음 달부터는 내야 할 돈만 쌓여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뿌리기업들은 전기 사용량이 특히 많은데,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굉장히 큰 상황이다”라며 “납품대금연동제에 전기료가 포함된다면 뿌리기업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