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합의 '탈화석연료' 첫 명시…'단계적 퇴출' 목표는 일단 제외
당사자국 이해관계 탓 일정 하루 넘겨 발표 화석연료 퇴출 대신 점진적 '전환' 채택
2024-12-14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처음으로 기후변화의 원인인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체로 '화석연료'를 공식 지목한 최종 합의문이 타결됐다.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은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 총회에서 2주간의 협상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최종 합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애초 계획됐던 일정을 하루 넘겨 합의안이 발표된 것으로, 이는 당사국 각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합의문 문구 조정을 위해 폐회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합의문은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그 방식이 질서 있고 공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고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미비한 석탄 화력발전의 '단계적 축소'(Phase down)를 가속하면서, 이러한 '전환'을 통해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에 도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첫 COP 총회 이후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을 모두 포함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에 대한 동의가 이뤄진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화석연료 배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강력한 반대로 명문화하는 것에는 실패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년 전 COP26에선 화석연료 가운데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을 뿐 석유와 가스는 합의문에서 제외됐다. 이번에도 '석유'를 명시하거나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문구를 합의문에 담는 데는 실패했으나, 산유국들이 지난 11일 초안에서 주장하던 '화석연료의 생산·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문구보다는 한발 더 나아간 '전환'으로 절충됐다. 그러나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가스를 '과도기 연료'로 정의하고, 가스가 에너지 안보를 담보하는 과도기적 역할을 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돼 기후변화 피해를 겪고 있는 당사자 국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작년 총회(COP27)에서 합의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되기도 했으나, 합의문에는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위한 기금 관련 조항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총회 기간 8억 달러 정도가 약정됐으나 전체 필요 기금의 0.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총회에선 '1.5℃ 목표'를 다시금 확인하기도 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하로 낮추도록 노력하는 국제사회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8가지 방안을 도출한 것이다. 알자베르 회장은 이날 이뤄진 최종 합의를 'UAE 컨센서스'라고 명명하며 "전 세계의 기후 행동을 틀림없이 북돋을 역사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이어 "진정한 성공은 (합의) 이행에 달렸다"면서 "오늘 합의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후속 조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