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미래의 청사진이 없는 한 출산율 상승은 없다
2024-12-14 매일일보
미국 뉴욕타임스에 역대 최저로 감소한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에까지 비유하는 칼럼이 실렸다.
이 신문 칼럼니스트인 로스 다우서트는 2일(현지시각)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며 최근 발표된 한국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소개했다. 지난 29일 통계청은 올해 3분기(7∼9월)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그는 한국의 합계 출산율 의미를 설명하며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14세기 유럽 지역에서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감소 수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학계에선 유럽에서 10명 중 5∼6명이 사망한 지역도 적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전염병 창궐로 인한 인구 감소와 출산율 감소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 출산율이 극단적으로 낮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 출산율이 수십년간 최근처럼 낮게 유지되고 인구가 수백만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2067년 한국 인구가 3500만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통계청 인구추계(저위 추계 시나리오 기준)를 인용하며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한국 사회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저출생의 원인으로 극심한 입시경쟁과 남녀 대립, 인터넷 게임에 빠진 한국 젊은 남성들이 이성보다 가상의 존재에 빠져들게 한 점 등이 거론된다고 적었다.
이 칼럼이 나오고 한국의 많은 언론들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런데 필자는 한국 청년 세대들의 성장 과정을 생각해 본다. 지금의 청년들은 어린 시절 IMF 외환위기로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부모 세대를 보았고 그 이후로 더욱 더 격렬해진 입시 경쟁에 내몰리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취업 전쟁을 통과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여유와 기회가 적었을 것이다. 오히려 힘들어 하는 부모님, 입시경쟁, 취업경쟁만이 기억에 선명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한 청년들이 과연 결혼을 생각하고 출산을 생각할까.
설사 결혼하고 자녀를 갖는다고 해도, 이와 같은 사회에 자신의 자녀가 살아야 한다는 것에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을까. 자신의 자녀가 경쟁에서 밀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고 저임금 근로자가 될 가능성이 큰 이 사회에서 과연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까.
먼저, 기성 세대들은 청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과연 우리는 미래 어떤 사회, 어떤 국가를 향할 것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미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의 청년들도 미래의 청년들도 결혼과 출산을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