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들의 영원한 조력자, 마라토너 남승룡 옹
2024-12-14 김원식 스포츠 해설가·함평중 교사
매일일보 | 남승룡 옹은 손기정 옹과 함께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사력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 시절 우리 민족에게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남승룡 선생은 훈련을 고행으로 삼아 수도승처럼 괴로움을 통해 정신력을 강화시켜 나갔다. 다른 사람보다 항상 먼저 훈련했고, 남들은 피하는 뜨거운 한여름 뙤약볕에도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훈련은 남승룡 선수를 더위와 후반에 강한 선수로 만들어주었다.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도 후반에 역전극을 펼쳐 우승했고, 그해 열린 대망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레이스에서도 막판 스퍼트에서 30여 명의 선수를 제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당시 36세 노장의 나이로 제자 서윤복 선수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했다. 단거리 경기도 아닌 마라톤 경기에서 스승이 제자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마라톤 역사에 없는 일이다. 이 대회에서 서윤복 선수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고, 스승인 남승룡 선생은 코치이자 선수로 출전해 12위를 차지했다. 마라톤 선수로서 마지막 대회에서 일장기가 아닌 꿈에 그리던 태극기를 달고 뛰었기 때문에 의미가 더욱 깊었다. 전라남도 순천시에서는 자랑스러운 남승룡 선생의 이름을 딴 남승룡로가 있으며, 남승룡 선생의 스포츠 정신을 기리는 “순천남승룡마라톤대회”가 전국의 마라토너들이 참가한 가운데 매년 순천시에서 열리고 있다. 남승룡 선생은 생전에 전남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전국 마라톤 대회를 여는 등 전남의 마라톤을 발전시키는 데 헌신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로 역임했으며, 1970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올해는 마라톤 영화 ‘1947 보스톤’ 상영 등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되었다. 헌액식은 오는 12월 28일 오후 2시 서울 올림픽파크텔 1층 올림피아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