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총선만을 바라본 '급조 정당', 국민 기만이다
2024-12-14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총선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는 몇 가지 현상이 있다. 지역에 도통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국회의원이 각종 지역행사에 참석해 모습을 비춘다던지, 세간의 질타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정당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별안간 쇄신책을 들고 나오는 것 등이다.
급조된 정당이 난립하는 것도 "총선이 다가왔구나"를 느끼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특히 4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선 그 정도가 더욱 심할 것 같다. 매스컴에서는 내년 총선을 목표로 창당할 가능성이 있는 세력이 아직도 5~6개 정도 된다고 볼 정도니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세력들 중 '왜 정당을 창당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눈높이'에서 설명할 수 있는 세력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특정 인물은 반대하거나 심판론만 외칠 뿐, 어떻게 대안을 만들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가령 누군가 주장하는 검찰 독재정권을 심판한 다음은 무엇인지, 개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층)에 잠식된 당을 빠져나와 의회에 입성한다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물음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신당을 창당하는 작업이 녹록치 않다. 창당 발기인 200명 이상을 모아 창당준비위원회를 설립해야 하고, 최소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창당해 각 1000명 이상의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이 조건을 모두 채우면 비로소 중앙당 창당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단순히 인원을 모아 당의 외견을 갖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당의 비전 확립이다. 양향자 의원이 창당한 한국의희망은 비교적 긴 시간 준비를 통해 창당에 성공했는데, 이들은 인원 모집보다 당이 나아갈 비전을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당의 비전은 '우리 당이 국민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이니, 제정에 많은 시간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난립 예정'인 예비정당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그들의 계획에는 당을 만들고, 선거에 나가, 당선되는 시나리오밖엔 없다. 어떤 방향으로 비전을 설정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결여돼 있다. 선거 때마다 국민을 이념의 양극단에 치우치게 하는 데는 민생 비전은 결여된 채 상대방의 심판만을 호소하는 정치인들의 작태도 한몫한다. 총선의 방향성은 민생으로 귀결돼야 한다. 총선만을 바라본, 또 당선만을 바라본 급조 정당은 국민 기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