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롯데쇼핑 이커머스에 1조 투척…신동빈의 이유 있는 고집
2030년 6곳 CFC 구축 …유통왕좌 탈환 시동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 ‘게임체인저’ 예고
2024-12-17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온라인 그로서리(신선식품)' 플랫폼 도약을 선언한 롯데쇼핑에 이목이 쏠린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식료품 시장 1번지 도약을 위해 2030년까지 1조원을 쏟는다.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에 6개 고객풀필먼트센터(CFC)를 내세워 2032년 온라인 식료품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영국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통합솔루션을 적용한 첨단 자동화 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5일 부산 CFC 건립을 위한 기공식을 진행했다. 신 회장은 부산 기공식에서 “롯데가 오카도와 손잡고 선보일 CFC는 국내 유통 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자동화 물류센터”라며 “부산을 시작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 CFC는 연면적 약 4만 2000㎡(약 1만2500평) 규모로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다. CFC는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상품 피킹과 패킹, 배송 노선을 고려한 배차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진다. 집적 효율성을 높여 기존 물류센터보다 두 배가량 많은 4만5000여종의 상품을 취급한다. 배송 처리량도 하루 3만건으로 두 배가량 늘어난다. 투자 비용은 2000억원이다. ‘하이브’와 ‘봇’은 이 시설의 핵심이다. 바둑판 모양 격자형 레일 설비인 하이브는 4만5000여종의 품목을 보관한다. 1000대 이상의 로봇 봇은 서버와 통신하며 하이브 위에서 상품 피킹과 패킹을 맡는다. 부산에 이은 두 번째 CFC는 수도권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며,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전국 CFC 6곳 구축할 예정이다. 롯데가 2030년까지 총 1조 원을 들여 전국에 6개의 CFC를 짓기로 한 것은 단순 경쟁사 우위의 사업 경쟁력 확보만이 아니라, 상시적 위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결단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통적인 ‘유통공룡’이라 불렸던 롯데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온라인 위주의 시장 환경 재편되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야심차게 롯데쇼핑은 2020년 4월 이커머스 롯데온을 출범했지만, 4년째 적자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에도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서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판단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아직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업체가 없는 만큼 롯데가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유통왕자 탈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