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온라인 전성기, 아직 안 끝났다…이면엔 ‘불황형 소비’ 자리
온라인 시장, 경기 침체 속 성장세 ↑ 온·오프라인 업체간 매출 격차 확연
2024-12-17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이커머스 기업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시장이 본격적인 엔데믹 전환에 따라 성장 정체기를 겪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전체 유통시장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외부활동이 늘어나는 모습이지만, 고물가 기조가 맞물리면서 실속있게 지출하려는 ‘불황형 소비’가 이커머스 업계로 확산하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주요 25개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6.4% 올라간 15조4000억원으로 확인됐다. 온·오프라인 매출이 모두 신장했는데, 이들의 성장 격차는 확연하다. 온라인 업체의 매출은 12.6% 증가한 반면, 오프라인 업체 매출은 0.5% 상승에 그쳤다. 온라인 부문은 대용량 절약형 물품에 대한 구매가 늘은 데 이어 가을시즌 야외활동‧여행상품 등 판매호조로 전 품목에서 고르게 상승세를 나타냈다.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소비자들의 생활용품 구매 패턴이 온라인 부문으로 이동한 탓에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이 각각 4.1%, 2.6%씩 하락했다. 다만, 편의점 및 준대규모점포 매출은 각각 6.8%, 3.1% 향상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조905억원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e쿠폰 거래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1년 통계 작성 이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20조원을 넘어선 첫 사례다. 이같은 온라인 쇼핑 활황은 고물가로 소비 부담이 가중된 데 따른 불황형 성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번가가 운영하고 있는 ‘9900원샵’은 지난 10월 일평균 매출이 전달 대비 80% 상승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전달보다 196% 치솟았다. 가격대별 추천 상품을 선별하는가 하면 무료배송 혜택도 제공하는 등 알뜰 쇼핑 소비자들을 효율적으로 공략했다. 불황형 소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7.2로 10월(98.1)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7월(103.2) 이후 4달 연속 하향세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긍정, 100보다 낮으면 부정으로 해석된다. 소비자물가도 4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드러내고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3%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수혜 업종으로 연평균 두자릿수 고공성장을 꾀한 온라인 시장은 엔데믹을 맞아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불황형 소비 증가로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모양새“라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거래 일상화로 생활용품 등 구매가 여전히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어, 이와 다르게 기존 판매처인 오프라인 채널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 같은 경우 전통 유통기업들을 실적으로 제치며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는 등 유통산업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거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