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역사속으로...韓 증시 매력 높아지나
‘코리아디스카운트’ 핵심요인 해소...外人 투자문턱 낮춰
"연말 증시 흐름에도 긍정적"...WGBI 지수 편입도 기대
2024-12-17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요인으로 꼽혔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되면서 외국인 투자심리가 본격 회복될 거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 문턱을 낮춘 만큼 11월 강한 순매수세로 국내 증시를 이끌었다가 이달 주춤해진 외인들이 다시 유입될지 주목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지난 14일부터 시행됐다.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에 사전 등록하지 않고 증권회사에서 바로 계좌 개설이 가능해진다. 외국 법인은 표준화된 ID인 LEI(Legal Entity Identifier), 개인은 여권번호만 있으면 된다.
기존 금융당국에 인적 사항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경우 펀드별 매매 거래 및 결제에 따른 절차와 비용 등이 사라지게 된다. 개인이나 중소형 기관투자자들은 국내에 별도의 계좌, 보관 기관을 정해야 했던 불편함이 해소된다.
그간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으로 여겨졌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31년 만에 폐지되면서 연말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코스피에서 3조원 가까이 순매수한 가운데 이달 들어서도 '사자'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에서 1533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지난달 2조9522억원을 사들였던 때보다 규모는 다소 잦아들었지만,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를 3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연말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시작된 건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 국채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부터다. 외국인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연속 순매도하며 총 7조9853억원을 팔아치운 바 있는데, 약 반년 만에 외국인이 순매수로 태도를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부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졌고, 이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쇼핑 기대감을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가 외국인 수급에 보탬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과거 외국인이 우리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해왔다"면서 "이 때문에 제도 폐지는 우리 증시에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2월 FOMC 회의에서 미 연준이 내년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힌 점도 연말 증시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지난 13일(현지시각) 열린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연준이 이날 함께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내년 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다. 현 금리보다 0.75%포인트 낮은 수치로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를 계기로 한국 국채가 WGBI(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되는 데 한 발짝 다가설 전망이다.
WGBI 지수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주요국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가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를 포함하고 있다. 시장 규모, 발행규모, 신용등급, 시장 접근성 등 항목을 평가해 편입 및 퇴출을 결정하는 만큼 국제적인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 지수다.
투자자가 추가로 유입되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평가절하됐던 원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이후 WGBI 지수에 편입될 경우 해외 펀드매니저들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한국 국채를 포함하게 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WGBI를 관리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선진국 지수 편입 조건으로 우리나라에 ▲외국인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 시행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 개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IRC) 폐지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