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D-day 다가오지만... 여야 '지각 처리' 신기록 경신할 수도

20일 본회의서 처리 합의…쟁점 법안 놓고 대립 지속 與, 재정 건전성 기조 고수…野, 정부 역할 강화 주장

2023-12-17     염재인 기자
지난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날짜가 이번주로 다가왔지만, 현격한 입장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오는 20일로 예정된 예산안 합의 처리 시한을 또 다시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여당은 정부 지출 축소를 통한 재정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경제가 어려운 만큼 주요 항목에 대한 증액을 통한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대 최장 예산안 지각처리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12월 임시국회를 지난 11일부터 소집하고,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오는 20일 열기로 지난 7일 합의했다. 여야는 이미 법정시한(12월 2일)을 훌쩍 넘긴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양당 원내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구성된 '예산안 2+2 협의체'를 가동,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만 현재 여야는 총예산 656조9000억원 중 주요 항목별 증·감액 여부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주요 쟁점 항목은 검찰·국가정보원 등 정부 특수활동비와 연구개발(R&D), 지역화폐 예산 등이다. 국민의힘은 효율적인 예산 편성 등을 내세우면서 건전 재정 기조를 고수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특활비 등을 대폭 축소해 국가 미래를 위한 예산인 R&D와 민생 예산 등을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역화폐, 새만금 예산 등에 대한 순증액은 수용 불가하다며 난색을 보이면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2월

실제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이 만난 자리에서도 예산안 편성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취임 인사 차 국회 본청 대표실을 찾은 이 정책실장과 한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R&D 예산과 지역화폐 등 민생 예산을 거론하며 기조 전환을 요청했다. 이에 이 정책실장과 한 정무수석은 방만하게 쓰이는 예산이나 제대로 쓰이지 않는 예산에 대한 감액이라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예산안에 대한 협의가 난항을 겪자 야당은 '자체 수정안' 카드까지 내놓은 상태다. 여야가 약속한 오는 20일 전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되, 정부·여당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20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수정안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20일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할 경우 28일 본회의에서라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이 28일 본회의에서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과 '3국조'(채 상병 순직 사건·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오송 지하차도 참사 사건 국정조사) 요구안 등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어서 같은 날 예산안 처리까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가 예산안에 대한 대치를 지속하면서 올해도 '지각 처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였던 지난해 기록(12월 24일)을 갈아치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준예산이란 새 회계연도가 개시되는 1월 1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정부가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것이다. 준예산 편성 상황까지 간다면 국가의 주요 정책 추진에 상당한 지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