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친명 인사' 부실검증 논란 여파…총선 자격 검증 강화하나
당내서 당대표 특보단 특혜, '사당화' 비판에 검증위 "자료 많아 놓친 것" 해명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현역 의원에 대한 경선 시 감산 규정을 강화하는 등 당헌·당규 변경에 나서며 지도부의 비이재명(비명)계 '공천 학살'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친이재명(친명) 원외 인사에 대한 '부실 검증' 논란 역시 불거졌다. 이에 따라 친명 원외 인사들에 대한 검증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정의찬 민주당 당 대표 특보에 대해 민주당이 총선 후보자 적격판정을 내렸다 번복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비명 현역 의원 지역구에 '자객 공천'을 시도하고자 한 것이 이번 적격판정 번복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지난 15일 민간인 고문치사 논란이 불거진 정의찬 특보에 대해 "검증위는 지난 14일 정의찬 신청자에 적격을 발표했으나, 이후 제기된 문제에 대해 다시 회의를 열어 검증한 결과 '예외 없는 부적격' 사유임을 확인하여 부적격으로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특별당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선출 규정'에 따르면 치사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후보에 대해서는 검증 과정에서 부적격 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적격 판정을 정정한다는 것이다.
정 특보는 조선대 총학생회장이자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광주·전남대학 총학생회연합(남총련) 의장이던 지난 1997년 당시 민간인 이종권 씨가 전남대 학생 행세를 했다는 이유로 쇠파이프로 폭행하고 고문을 가해 이씨를 숨지게 한 이른바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정 특보는 정 특보는 1998년 '상해치사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뒤 2002년 12월 특별사면·복권됐다.
논란은 이번 총선에서 정 특보가 민주당 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희망하며 검증위에 서류를 제출했고, 검증위는 후보자 적격 판정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정 특보는 윤재갑 의원 지역구인 전남 해남·완도·진도 후보자로 등록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언론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 특보 적격 판정은) 규정을 잘못 본 업무상 실수가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 특보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위 조직본부팀장을 맡았고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산하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 대표 측근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적격 판정 자체가 "특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매일일보>에 "(정 특보 관련 논란은) 이재명 사당화의 결과물"이라며 "상식적으로 정 특보 논란을 당이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비명계 축출을 위한 '자객 공천'을 시도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8월 정 특보를 포함한 '당 대표 특별보좌역'을 대거 임명했는데, 이들이 대부분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총선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특보에는 정 특보를 포함해 박균택·송기호·이건태 변호사, 김문수 전 경기도신용보증재단 전략상임이사, 안태준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 임귀열 전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특보단 상임고문,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정진욱 전 이재명 후보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강위원 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 등이 임명됐다.
박균택 특보는 광주고검장·법무부 검찰국장 출신으로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 대한 변호를 맡았고, 내년 총선에서 이용빈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광주 광산갑 지역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태 특보는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변호사로 일하며 김상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부천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시 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을 지낸 진석범 특보는 이원욱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 김문수 특보는 소병철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총선 출마를 준비한다.
이들 대부분은 친명계 원외인사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대의원제 폐지 및 현역의원 50% 물갈이 등 '친명'에 의한 '비명' 의원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총선 후보자에 대한 검증 강화 요구가 나온다. 특히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공동대표를 맡은 강위원 특보는 현재 송갑석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 출마를 희망하고 있으나, 지난 1997년 '이석 치사 사건'에 연루된 바 있고 2018년에는 성희롱 사건 가해자라는 의혹을 제기받은 바 있어 검증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당 공직후보자검증위원장인 김병기 의원은 "(정 특보 '적격' 판정은) 워낙 자료들이 많아 분리하다가 놓친 것"이라며 당의 적격 판정이 엄격한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강 특보에 대해서는 "강위원 후보는 아직 지원하지 않았다"며 "지원하면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