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막 오른 우주 패권 경쟁, 우리도 서둘러야

2023-12-17     김한택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한택
김한택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지난달 22일, 북한이 군사 정찰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뒤 정찰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이달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정찰 위성 1호기를 실어 발사했다. 또한 이틀 후인 지난 4일 국내 최초 우리 군이 개발한 고체 연료 추진 우주 발사체가 제주 해상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북한 위성 발사의 경우 우리와는 달리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위성 발사를 금지한 2016년 3월 2일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5항에 따라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로 간주되는데, 유엔 안보리 결의는 유엔 총회결의의 권고적 성격과는 달리 법적 구속력이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도 동 결의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위성 발사가 국제 사회의 위협이라고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 위성인 소련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는 소련과 미국 사이에 이른바 우주 경쟁을 유발했고, 우주 공간은 국가들간 점차 기존의 지상, 해상 또는 대기권 상공과 마찬가지로 전쟁 실행이 가능한 미래의 장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점점 많은 국가들이 광범위한 군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감시 △정찰·정보 수집 △전략·전술적 커뮤니케이션 △미사일 조기 경보·추적 등의 우주 자산에 의존함에 따라 우주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게됐다. 따라서 안전하게 우주를 이용하고 우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지구와 우주에서의 안전 보장을 위해 우주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기술·규제·정치적 수단들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우주 안보'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현재 '우주법의 대헌장(Magna Carta)'으로 불리는 1967년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은 우주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대표적인 국제적 약속이다. 동 조약 제4조에 명시된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하여 소련은 비 군사적으로, 미국은 비 공격적으로 해석하는 차이가 있었지만, 소련도 군사 위성을 미국 못잖게 많이 발사했다는 점에서 논의의 실익이 없어졌다. 우주 무기의 발달로 인해 우주의 군사화 주제가 우주의 무기화로 전환되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이러한 우주 환경에 대응하기에는 1967년 우주 조약에 허점이 많아 우주에서의 군비 경쟁 방지(PAROS)를 위해 법적 구속력 있는 새로운 국제 조약인 2008년 '우주 공간에서의 무기 배치, 우주 물체에 대한 무력 위협 또는 무력 사용 방지에 관한 조약안(PPWT)'과 2014년 개정 PPWT를 제기했다. 이들은 개별 국가들에 PPWT 채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직 우주 공간에서는 군비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군비 통제로 해결할 문제는 없다며 PPWT가 군사적 이점을 얻기 위한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의 외교 책략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한편 우주 안보와 관련, '헤이그 탄도 미사일 비 확산 행동 규범(HCoC)'과 '우주 활동에 관한 국제 행동 규범(ICoC)'과 같이 법적인 구속력은 없는 연성법(soft law)들이 가입국들에게 우주·로켓 개발이 오로지 평화적으로 사용될 것을 약속하는 규범들이다. 때문에 우주법에서는 경성법(hard law) 못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가 간 우주 경쟁은 군비 경쟁의 일환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세계 각국은 우주군을 창설하고 있다. 때마침 국방과학연구소가 군사 위성을 개발 중인 만큼 관계 부처와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이미 시작된 우주 패권 경쟁 관련 정책을 도입하고, 제반 역량 확보에 더욱 노력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