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질 사살’ 거센 후폭풍···국제사회 연일 ‘휴전 협상’ 압박
자국민 오인 사살에 텔아비브 수천명 시위 네타냐후 ‘전쟁 계속’ 주장하지만 전략수정 불가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거센 휴전 압박을 받고 있다.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확대에 인질 오인 사살까지 벌어지며 이스라엘의 전쟁 명분도 퇴색되는 분위기다. 이에 하마스 완전 제거를 전쟁 목표로 설정한 이스라엘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복수 외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이스라엘은 최근 자국 인질에 대한 오인 사살까지 겹치며 강력한 휴전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스라엘군(IDF)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오인 사격으로 하마스에 억류된 자국인 인질 3명을 살해했다. IDF는 이번 사건의 책임이 본인들에게 있다고 인정했다.
추가 휴전을 통해 인질 석방을 주장했던 이스라엘 민심은 즉각 동요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인질 석방을 위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휴전 없이는 아직 하마스에 억류돼 있는 120명 넘는 인질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한편, 이러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즉각적인 석방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도 더욱 빗발치고 있다. 17일 이스라엘을 찾은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은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을 만나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당부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미국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공격을 멈추도록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인질 오인 사살이라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며 전쟁 지속 명분을 잃어가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전쟁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러한 전략 수정은 당초 이스라엘의 목표인 하마스 완전 제거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질들에 대한 오인 사살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략을 재고하도록 압박할지 모른다"며 "더 많은 인질이 풀려날 수 있도록 새로운 휴전을 압박하는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미국의 교전 전략 수정 요구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군사작전을 집중적으로 조율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가자지구 전쟁이 하마스 지도부를 정확히 겨냥하고 정보에 바탕을 둔 작전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한 대규모 공격보다 이스라엘의 소규모 특수부대가 하마스 지도부 제거, 인질 구출, 지하터널 파괴 등에서 정밀한 작전을 펴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과 별개로 전쟁을 멈추지 않을 뜻을 피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사살된 인질들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전은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승리할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