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MZ세대 오너 3세 경영 전면에… 식품업계 변화 이끌까
8090년대생 오너 3세 전진배치…이미지 쇄신‧신사업 육성 등 관건 혁신 제품 및 부서 가동, 성과 가시화…불황 속 경영 심판대 열렸다
2023-12-18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업계가 MZ세대 오너 3‧4세를 전면에 배치하며 세대교체를 본격화하고 있다. 신세대 수장들이 젊은 감각을 기반으로, 기업 구조 및 문화의 선진화와 혁신 신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등 기업 경영의 전반적 쇄신을 꾀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식품 기업들은 정체‧과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저성장 위기를 타개하고자 ‘글로벌 종합유통기업’으로의 정체성 확장에 나섰다. 소비 권력의 주체가 기존 밀레니엄에서 제트세대로 넘어가는 등 대대적인 변화기를 맞이함에 따라, MZ세대인 오너 3‧4세들을 전면에 배치하며 위기 극복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양그룹은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4세인 김건호 경영총괄사무를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의 사장으로 선임했다. 2024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김건호 신임 사장은 오래된 기업 이미지 탈피 및 신성장동력 발굴 등 중책을 맡게 됐다. 직책은 전략총괄로, 그룹의 성장전략과 재무를 책임지게 된다. 1983년생인 김 사장 선임을 기점으로 그룹 내 젊은 인재 등용이 강화되고, 선진 기업문화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김 사장을 포함해 새로 선임된 임원 8명 중 7명은 1970년 이후 출생자다. 삼양라운스퀘어도 3세 경영 보폭을 확대 중이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운영본부장은 지난 10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승계 구도의 윤곽을 드러냈다. 전 상무는 창업자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전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으로, 1994년생이다. 향후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도 새롭게 맡아 겸직하게 된다. 지난 7월엔 전 상무 주도 아래 그룹 및 지주사 CI를 ‘삼양라운드스퀘어’로 바꾸는 등 그룹의 새 시대 개막을 이끌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상무가 제품 기획, 네이밍, 디자인, 광고 등 전 과정에 참여한 라면 부문 데뷔작인 ‘맵탱’은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300만개 돌파라는 성과를 도출했다. 어머니이자 삼양식품 대표이사인 김정수 부회장의 ‘불닭볶음면 신화’를 이어갈 차기 리더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단 평이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 신상렬 상무는 2019년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2021년 11월 29세의 나이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등 입지를 빠르게 구축해가고 있다. 1993년생 젊은 인재인데다, 농심이 장자 승계원칙을 고수해온 만큼,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언급되고 있다. 현재 신 상무가 이끌고 있는 구매 담당은 원자재 수급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파트다. 오리온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담철곤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수석부장을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시켰다.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지원팀에 입사한 후, 1년 6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이다. 담 상무는 향후 기획, 사업전략 수립, 신사업 발굴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담 상무는 전사 경영전략 및 사업계획 수립, 매출 및 손익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지난해 인사를 통해 글로벌 식품 사업을 이끄는 식품성장추진실장에 올랐다. 식품성장추진실은 이 실장의 주도 하에 글로벌 공략 핵심 거점으로 신설된 부서다. 해외사업 확장, 대체육 대전환, MZ세대 사내벤처 육성 등 트렌디한 개혁에 한창인 만큼, 1990년생인 이 실장의 역할에 무게가 실린다. CJ제일제당은 식품성장추진실 산하에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등 이 실장의 행보에 힘을 보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는 현시대 그룹 승계 구도 우선순위에 있는 만큼 경영 일선 주요 부서, 주요직에서 역량을 성과로서 입증하고 있다”며 “신사업 추진 전략실 등에 기업의 주요 인재 투입 및 R&D 투자를 늘리는 것은 후계자 행보에 힘을 싣기 위해서보단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들이 이러한 환경과 재원을 얼마나 성실히 영리하게 활용하는 지 역시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