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④김영섭 KT 대표
실용주의·핵심 인재 중시 '실사구시(實事求是)'형 경영인 선택·집중 강조…기존 관행 폐지하고 내실 있는 성장 추구 사법리스크 혁파·경영 정상화 속도…탈카르텔·슬림화 방점
2023-12-18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6개월 정도의 KT 경영 공백을 메운 김영섭 대표가 내부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2일 만에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며 이권 카르텔 타파를 선언한 김 대표는 준법경영 강화 및 대내외 신뢰 회복을 통한 장기적 성장 발판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취임한 김 대표는 회사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떨쳐내고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KT의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곧바로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연루된 임원들을 물갈이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정통 전문경영인 출신인 김 대표는 'LG맨'이자 재무통으로 꼽힌다. 다양한 사업부서 경험과 함께 LG유플러스·LG CNS에 몸담은 이력도 있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 2014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통신업계를 경험했다. 2015년 말부터 7년간 LG CNS 대표를 지냈다. 특히 김 대표는 고객만을 바라보고 본질을 중요시하는 실용주의적 경영 철학과 핵심 인재, 그리고 화합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불필요한 의전·형식을 과감히 버리고 실질적인 일에 더욱 집중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형 경영인으로 꼽힌다. 보고 과정에서 중요하고 급한 일을 '핵심만, 빠짐없이' 하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KT 대표 선출 직후 현안보고 청취 절차에서도 "모든 보고서를 한 장으로 간략하게 만들라"고 주문하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중시하는 핵심 키워드는 △본업 △혁신 △지속가능성이다. 그는 LG CNS 대표 시절 임직원에게 “엔지니어 기술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1위가 돼야 세계 시장을 타파할 수 있으며, 회사가 얻는 수익은 지속적이어야 하며, 역량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에 대해선 "화합을 이끌기 위해 단기적인 외형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첫 기자간담회에서 '공제창해(共濟滄海·넓고 험한 바다를 함께 건너간다는 뜻)'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김 대표의 색깔은 지난달 30일 정기 인사와 함께 발표된 KT의 조직개편과 임원인사에서 잘 나타난다. 급변하는 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ICT 기업으로서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KT는 '고객의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 비전을 바탕으로 사업조직·지원조직·현장조직을 명확히 구분했다. 김 대표는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탈(脫)카르텔과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맞췄다. 성격이 중복되는 조직을 통합해 비효율을 제거하고, 지원 조직은 경영기획·경영지원부문 등에 묶여 있던 기능을 분리시켜 독립성을 강화했다. 업무 효율성과 협업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KT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과 임원인사는) 기존 관행을 폐지하고 전문성과 역량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기술 역량 중시 성향도 이번 조직개편에 녹아들었다. 그는 기존 통신사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빅테크 플랫폼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핵심기술 역량과 기업간거래(B2B) 사업 강화를 위해 총괄 기능을 확장하고, 각 부문 핵심 인재를 전진배치했다. KT의 통신기술(CT) 경쟁력을 기반으로 IT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더 찾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LG CNS를 디지털 전환(DX) 전문기업으로 키운 이력을 들며 KT를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시킬 적임자로 꼽고 있다. 특히 그가 LG CNS 대표 재직 당시 스마트 물류와 스마트시티에 집중해 IT 사업을 확장한 성과를 낸 경험이 KT의 IT 신사업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성진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김영섭 KT 대표는 통신, 디지털전환과 ICT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대표로서의 능력도 검증됐다"며 "새로운 리더십이 견인할 성장의 모습에 주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