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고용률 뒤처진 韓…고령층 ‘고용불안’ 해소 속도내야

한국 고령 인구 오는 2025년 20% 달할 전망 생활비 마련·일하는 즐거움 등으로 수요 지속

2024-12-18     김혜나 기자
퇴직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초고령사회를 앞둔 가운데, 퇴직 후 재고용 등 고령층의 고용불안 해소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한국은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18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올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4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7.4%를 차지한다. 2025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서고, 2072년에는 1727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70세 이상 인구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592만명에서 2033년 1000만명을 넘기고, 2072년엔 1474만명(40.7%) 수준이 예상된다.  고령화는 일자리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의 올해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60대 이상 일자리는 29만개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일자리 증가분과 60대 이상 일자리 증가분을 단순 비교하면 10개당 7.6개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구직을 희망하는 고령자도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12월 고용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2023년 구직 경험이 있다는 고령자는 18.6%로, 11.7%이었던 10년 전보다 크게 상승했다. 특히, 구직 경험자 중 여성의 비중(53.1%)이 더 높았다. 여성 구직자 중 고학력 비중도 크게 증가했는데, 2013년 1.5%에서 2023년 5.3%로 약 4배 이상 뛰었다. 같은 자료에서 고령자 중 55.7%가 계속 근로를 희망했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계속 근로를 더 희망했고, 고학력보다는 저학력에서 계속 근로를 원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유로는 학력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학력이 낮을수록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 ‘돈이 필요해서’ 등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학력이 높을수록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 등의 이유를 들었다. 강민정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 전임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노인 부양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저학력 고령자와 후기 고령자에 일자리 제공을 통해 소득보전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자립도를 높여줘야 한다”며 “고령화 현실을 감안해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 사업 정책 참여자의 대상 나이(50~70세 미만)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익형 일자리에 대한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노인 부양을 감소시킬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년 시점인 55~64세 고용률은 68.8%로 독일(73.3%), 일본(78.1%) 등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이다. 정년퇴직 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연령대에서 재취업을 하지 못해 수입이 끊기는 경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에 따르면 일본의 60~64세 취업률은 꾸준히 증가해 2005년 52.0%에서 지난해 73.0%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65~69세 취업률도 33.8%에서 50.8%, 70세 이상은 13.6%에서 18.4%까지 늘었다. 이에 고령층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정년논의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책으로 재고용과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이 거론된다. 다만 계속고용 방식을 두고 노사정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먼저 노동계는 정년 연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8월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연계해 2033년까지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내용의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대한 국민 청원을 제출한 상태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은 63세이지만, 2033년에는 65세로 연장된다. 퇴직 후 소득 공백이 5년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경영계는 기업의 부담 등을 이유로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 역시 정년 연장보다 재고용 방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현장에서도 재고용을 선호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7월 30인 이상 기업 1047곳을 조사한 결과, 67.9%가 재고용을 선호한다고 답변했다. 정년 연장에 동의하는 기업은 25.0%로 4분의 1에 그쳤다. 7.1%는 정년 폐지를 통한 계속 고용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소재의 중소기업 관계자는 “최근 유수의 대기업들도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해 업무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을 계속해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안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난으로 인해 사실상 정년이 없는 경우도 많은 만큼 일본처럼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을 벤치마킹해 고령자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고령화에 대응해 내년 노인 일자리 수를 확대하고 사회서비스형·민간형 비중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령층·취약계층의 일자리·소득 안정을 위해 내년 계획된 직접 일자리 지원 인원 중 90%는 1분기에, 상반기 내로 97% 이상 조기 집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