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사다난했던 올해 부동산 시장… 갑진년엔 다르길
2024-12-18 권영현 기자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전례 없는 혼란기를 겪었다.
지난 정권에서 시행한 임대차 3법의 영향과 범죄 일당의 활개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사기가 판을 쳤다. 여기에 여야의 정쟁 속에 지지부진한 전세사기 특별법 등이 이어지면서 7명의 피해자들과 그 가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기도 했다. 상황이 이럴진데 여전히 정치권은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특별법을 개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지난 5월 제정되면서 6개월마다 한번 씩 보완 입법하기로 했으나 여야 정쟁으로 여전히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와 여당이 앞서 부동산 연착륙을 약속하며 내놓은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역시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정부의 약속을 믿고 분양에 나섰던 수많은 수분양자들도 발을 굴리고 있다. 여당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실거주 의무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야당은 갭투자 등으로 인해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 등 시장 교란행위가 재발할 것을 우려해 이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고 불리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 심의‧의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야 거대 양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저마다 자기 표 챙기기에 급급한 가운데 실수요자들은 쉽사리 시장에 발을 둘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옴에 따라 시장도 급격하게 연초 수준으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취재를 위해 현장 공인중개사무소를 방문하면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던 올 여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 9월까진 장사가 됐음에도 10월 들어서는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 눈치싸움이 계속되면서 거래가 씨가 말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9월에는 수십년간 공인중개업을 해왔음에도 이렇게 이상한 시장은 처음이라고 호소하는 공인중개사들도 있었다. 거래량은 줄어드는데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를 기록했고 이같은 시장은 수십년 경력의 공인중개사들에게도 이상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국제 금리와 전쟁 등 대외변수로 혼란을 겪었지만 국내에서도 미숙한 정부와 정쟁에 민생은 내버려둔 국회로 그 혼란을 가중한 만큼, 2024년 부동산 시장은 정치권의 올바른 정치로 한층 안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