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줄도산 공포…부실징후기업 25% 증가
금감원 “신속한 워크아웃 및 부실 정리 유도”
학계 “은행, 채무 재조정 등 적극적 역할 필요”
2023-12-18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올해 부실징후 기업이 231곳으로 지난해보다 증가폭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이래 최대치다. 올해 고금리 한파가 본격적으로 들이 닥치면서 높아진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 한 기업이 증가한 영향이다.
금융감독원은 18일 ‘2023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 부실징후 기업은 231곳으로 지난해(185)보다 46곳이 늘었다. 증가율은 24.9%로 작년(15.62%) 대비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부실징후기업이란 외부 자금 수혈 없이는 자체적으로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없다고 채권은행이 판단한 기업이다. 채권은행은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A~D등급으로 나누고 C·D등급을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한다.
올해 부실징후 대기업은 9곳으로 지난해 2곳에 비해 7개사가 늘었다. 2019년 9곳을 기록한 후 차즘 감소하다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부실징후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담보용 자산의 규모가 작고 재무기반이 취약해 도산 우려가 높다. C·D등급으로 분류된 부실징후회사는 통상 구조조정 대상으로, 각각 워크아웃과 회생절차를 밟는다. 재계 줄도산이 중소기업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부실징후 중소기업은 222곳으로 지난해보다 39곳 증가했다. 2020년과 2021년 다소 감소하다 지난해 부터 급증하는 모양새다. △2019년 201개사 △2020년 153개사 △2021년 157개사 △2022년 183개사로 집계됐다.
부실징후기업은 세부평가 대상이 많은 부동산(22개), 도매·상품중개(19개), 기계·장비, 고무·플라스틱, 금속가공업(각 18개) 등의 순을 보였다. 지난해 대비 고무·플라스틱(+11개), 자동차(+8개), 부동산업(+7개), 도매·상품중개업(+6개) 등에서 상대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김충진 금융감독원 신용감독국장은 “작년에 이어 대내외 경기 부진 및 원가 상승 등으로 기업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올해 들어 금리 상승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높아진 금융 비용 부담으로 연체 발생 기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 규모는 2조7000억원 수준으로 국내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김 국장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신속한 워크아웃 및 부실 정리를 유도하겠다”며 “자구계획을 전제로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유도, 채권단 중심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법적 구조조정 등을 유도, 부실을 신속히 정리함으로써 시장 불확실성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영업력은 있으나 금융비용 상승으로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는 기업에 대해 신속금융지원, 프리워크아웃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원하겠다”며 “경영위기 중소기업이 유관기관(산업부·중기부) 지원을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은행권이 거래기업에 지원제도를 안내·추천하고 공동 금융지원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은행이 차주 기업의 부도 위험성 등을 사전에 계산해 가산금리 산정한 만큼 사실상 보험회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대금리차 스프레드가 많이 올라간 경향이 있다”며 “은행이 채무자 부도를 예상해, 이자를 미리 많이 올려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차주 기업이 신용도에 따라 이미 높은 대출 금리 부담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확율적으로는 손실흡수분을 이미 납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기 연장, 이자 및 원금 탕감 등 리스케줄링(채무 재조정)을 통한 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