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심의위 도입 4년차…有名無實
‘권한 확대’도 무의미…일부 대학, 회계자료 제출 거부·학생 의견 묵살
2015-01-23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지난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대선공약 파기에 따른 대안의 하나로 대학교의 등록금 책정에 학생 의사를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제도가 시행 4년차를 맞도록 여전히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3일 교육부와 대학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사립대학들이 예·결산을 할 때 반드시 학생이 30% 이상 참여하는 등심위 심사·의결을 거치도록 등심위의 권한을 확대했지만 그마저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일선 대학에서는 학교 측이 등심위에 제대로 된 회계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고, 등심위에 학생 위원의 비율이 30%만 넘으면 된다는 규정과 위원의 절반만 출석하면 성원을 인정하는 탓에 학생 측이 자기 의견을 반영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이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 책정안을 둘러싸고 학교와 학생 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회의가 결렬되거나 반쪽 파행 운영되는 경우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고려대와 동국대의 경우, 학교 측이 등록금 재정 운영관련 회계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하거나 아예 제출하지 않는 것 때문에 학생 측이 회의 개최를 거부하고 있고, 이화여대와 연세대는 학생위원의 회의 불참 선언으로 회의가 파행되거나 반쪽 운영되기도 했다.교육부는 등심위 운영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해당학교에 시정조치 등 제재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해 매일일보 기사와 국회 국감 등에서 지적됐듯이 주요대학들이 개방형 이사 도입 의무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효과는 의문이다.이와 관련 학생·시민단체 등에서는 등심위 구성 및 운영에 있어서 학생의 의견이 수용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명문화된 제도 개선 없이 대학들의 양심과 자율에 맡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한편 지난해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전국 4년제 사립대학 153개교(일반대 151, 산업대 2)의 2012년 예산과 결산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예산 편성시 1594억원이었던 이월금 규모는 결산시점에 1조1668억원으로 7.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인하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1989년 사립대 등록금 완전자율화 조치에 이어 1996년 정부의 대학 설립 기준 대폭 완화로 고삐가 풀린 대학들이 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등록금 인상률을 장기간 이어오면서 대학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올라간 상태이다.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비용을 액면으로 따지면 미국이 더 많지만 등록금 부담이 적은 국공립대 비중이 미국은 70% 이상인 반면 우리나라는 18%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등록금 부담 세계최고’라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