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특정병원과 유착 산업재해 은폐" 의혹

하루 2만명 동원, 1년 동안 산재는 단 4건?

2006-10-01     김상영 기자

지난해 환경단체 "매일 강행된 야간공사로 근로자들
피곤 누적 크고 작은 사고 빈발...주민들도 고통"

건설현장의 산업재해가 병원과의 유착 속에서 불법으로 은폐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GS건설(옛 LG건설)은 경기도 파주 LCD 공장을 신축하면서 인근 병원인‘파주명지병원’과‘공상계약’을 맺고 산업재해 환자를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일반수가로 처리해 진료비를 직접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영주 열린우리당 의원에 의해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김 의원은 "이처럼 공사현장 산재노동자를 산재보험처리하지 않는 것은 산재다발 발생 건설회사에 가해지는 패널티, 즉 도급순위 하락, 공공공사 입찰자격사전심사(PQ) 감점으로 인한 입찰제한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하루 일하는 노동자가 2만 명에 가까운 파주 LCD단지 공사현장에서 지난 1년간 산업재해가 단 4건밖에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에 의문을 품고, 공사현장 주변의 병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김 의원은 "GS건설이 인근 ‘금촌의료원’과 공상계약을 맺으려고 접촉하면서 병원관계자에게 제의한‘공상계약’요구사실 내용을 담은 진술서를 입수하면서 산재은폐 구조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밝혔다.GS건설과 공상계약을 맺은‘파주명지병원’은 지난 1년간 GS건설의 공상환자 기록을 김 의원에게 제출하면서, 산재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치료기간 4일 미만의 현황 38건만을 제출했다. 병원측이 제출한 자료에는 목디스크 치료와 개복수술도 치료기간이 하루로 되어 있는 등, 병원과 건설회사의 유착이 매우 치밀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건설회사와 병원이 맺는 소위 ‘공상계약’은 지금까지 관행처럼 돼왔던 것인데, 그 구체적인 정황과 사례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건설현장의 불법적인 산재은폐를 예방하고, 그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노동부에 GS건설에 대한 사업장 감독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실시공·안전사고 은폐 의혹

그 동안 파주 LCD 공장 건설현장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기자는 지난해 파주의 한 환경시민단체가 제기한 파주 LCD 공장 부실공사 및 안전사고 은폐축소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같은 해 11월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LG필립스LCD 단지 현장을 찾았었다.당시 LG는 LCD 건설 공사를 앞당기기 위해 24시간 체제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사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공사에 동원 됐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2004년) 3월 이래 9개월 동안 거의 매일같이 강행된 야간공사로 노동자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피곤이 누적된 상태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기자에게 증언했다. 지난해 10월24일 타워크레인이 추락해 기사 한 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두 명이 중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LG건설(현 GS건설)은 한 명이 사망한 것 외에는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는 당시 현장취재 과정에서 LCD 공단에서 사고로 4명의 인부가 사망했다는 말을 덕은리 한 주민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공사현장 인부를 통해서 나온 말이란 점에서 무심코 듣고 넘길 수만은 없는 대목이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이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현장에는 타워크레인 설치 및 해체시 반드시 입회해야 하는 안전관리책임자도 없었다. 졸속적인 공사가 빚어내는 문제는 비단 타워크레인 기사의 사망사고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게 환경연합의 지적이었다. 당시 환경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현장 노동자들의 권리는 무시되고 있고 부실공사와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LG필립스LCD 본단지 건설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이루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전언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당시 사고 3일 전만 해도 한 타워크레인 기사가 해고를 당했다. 환경연합 이아무개는 "일요일도 없고, 밤낮도 없으며, 비가 오거나 풍속이 10m/sec를 넘는 악천후에도 노동을 강요하는 것에 항의했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사 현장 노동자의 증언을 토대로 "무리한 공사 일정은 부실공사도 낳고 있다. 장대 같은 비가 내려 시멘트가 비에 씻겨 내려가고 자갈만 남은 상태에서도 레미콘 타설을 강행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고, 콘크리트가 제대로 양생이 될 틈도 없이 거푸집을 뜯고 철골작업을 하는 일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고 있다. 부실을 무릅쓰고 공기 맞추는 데만 열을 올리는 사업 행태가 이곳에서는 관행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처럼 난공사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무리한 공정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57만 평이나 되는 LCD 공단을 조성하는 데는 보통 3∼4년이 걸리지만 LG건설은 14개월 안에 1차 LCD 단지를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공사를 강행해 오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무리수 공사 속에서 사고는 예견된 것이며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주민들이 다시 사고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게 당시 환경연합의 주장이다. 환경연합 한 관계자는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야간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그러고도 아무 대책 없이 야간공사를 일삼고 있고 사후관리를 해야 할 환경부 또한 침묵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 이상의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노동자와 주민의 안전과 환경을 위협하는 있는 이 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공통적인 주장"이라고 강변했다.

마을주민들 질병으로 고통

LCD 공장 건설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LCD 단지가 들어서는 인근 지역주민들이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공해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경기도의 졸속 환경 영향평가를 비난하는 환경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셌다. 건설 현장에서는 24시간 기계의 굉음과 건설 자재 등을 실은 트럭들이 밤 낮 가릴 것 없이 쉴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이런 와중에 LCD 단지 부실공사 및 안전사고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LCD 본단지 건설로 인해 도로가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일부 가구의 이주가 불가피한 가운데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파주시를 상대로 이 지역 8세대가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등 LCD 공단 조성사업으로 인해 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불편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일부 노약자와 어린이들은 엄청나게 발생하는 먼지로 인해 호흡기질환과 안질환, 피부염에 시달려야만 했고, 공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계속되다 보니 불면증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주민들이 현장 사무소와 파주시를 찾아가 수 차례에 걸쳐 항의를 했지만 시정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주민들의 피해는 늘어났다. 소음과 진동으로 집안의 벽이 갈라지고 창이 깨지는 환경에서 주민들의 일상은 생지옥으로 변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증언이다. 당시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밝은 조명 아래 야간공사가 9개월째 계속되면서 공사장 부근 대추나무, 단풍나무 등에 열매가 열리지 않고 있다"며 "(기르고 있는) 개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야간 불빛으로 인해 눈에 이상이 생겨 눈이 안 보이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24시간 공사로 인한 후유증 심각

지난해 10월 경기도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LG건설이 파주 LG필립스LCD 본단지 공사를 진행하면서 8개월 째 24시간 야간공사를 강행하고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밤낮없이 소음과 먼지, 진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당시 의원들은 성토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환경영향평가서를 지키지 않는 무리한 공사는 경기도가 특정업체 봐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환경문제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저감 대책을 정비한 뒤에 사업을 다시 추진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지적과 일부 지역주민 및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묵인 속에 LG건설은 24시간 요란한 굉음과 눈부신 야간조명을 발산하며 불법으로 얼룩진 LCD 단지 건설을 계속해 오고 있다는 게 환경시민단체의 지적이었다.

<'공상계약'에 따른 산재환자 진료비 처리방법>
- 건강보험 수가 혹은 산재보험 수가 100% 적용 후 월별(또는 분기별)로 건설회사와 진료비 정산- 산재보험 수가 100% 적용 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청구- 파주명지병원은 목디스크, 수술 등의 치료기간이 하루 밖에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시종일관‘노코멘트’로 답했고, GS건설과‘공상계약’을 체결한 것은 인정했으나 사본 제출은 거절했다.

<2004년 LG건설(현 GS건설) 입장>
LG건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한편 당시 LG건설은 지난해 10월24일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소재 LG필립스LCD P7현장, 타워 크레인 사고와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LG건설은 운전원 한 명 사망에 중상자는 없다. 크레인 작업은 상하부 동시작업을 할 수가 없고, 하부에는 안전 통제원이 배치되어 출입을 통제해 하부 작업자가 없어 운전원만 사망한 사고며 파주인근 병원 확인 가능하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작업 반경 내 출입을 통제하는 안전통제원과 안전관리 책임자 입회하에 작업을 진행했다. 사고 3일 전 한 타워 크레인 기사가 해고를 당했다고 하는 데 해고가 아니라 음주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려고 하다가 제지를 받고, 안전요원과 다툼 끝에 스스로 작업장을 나갔다. LG건설은 현장의 타워크레인 대수는 28대이며, 운전원은 45명이 상주해 교대근무를 하고 있어 충분한 휴식이 가능하다. 비가 오는 악천후는 기계의 오작동 등의 위험이 있어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풍속 10m/sec 이상일 경우 위험상황을 타워 운전원에게 전달 후 작업중지를 통해 사전에 안전조치를 취한다. 현장은 강우 시 콘크리트 강도 영향을 고려한 품질관리지침서를 작성하고, 지침서에 의해 강우 중에는 비닐보양을 한 후 강우가 종료되면 타설을 재개하며 공사를 진행했다.또한 거푸집 해체 전 거푸집 탈형을 위한 공시체 강도시험으로 거푸집해체에 필요한 콘크리트 강도가 검증된 이후에 거푸집을 해체하고 후속공사를 하고 있다. 야간의 눈부신 불빛과 공사소음으로 주민 피해를 방치한 사실이 없다. 주거지와 인접한 타워크레인 조명 중 일부 확산각 조정으로 조명피해 저감조치를 시행했다.저감조치 이후에도 수면방해 민원가구는 불빛차광 블라인드를 설치해 조명으로 인한 주민피해를 해결했다. 소음피해 저감을 위해 현장은 주거지 인접 공사시발생 소음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 이동식 가설방음벽을 제작 설치 후 장비작업을 함으로써 공사 중 소음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저감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