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찾은 HMM, 사업다각화로 해운업황 부진 극복

하림그룹에 합류될 HMM, 7년 만에 새 주인 찾아 해운업황 부진…물동량보다 선박공급 증가율 높아 2026년까지 15조원 투자…벌크선·친환경 선박 확대

2023-12-19     이상래 기자
중국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새 주인으로 하림그룹이 낙점됐다. 2016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간 지 7년 만이다. 새 출발을 앞둔 HMM은 사업다각화로 내년 글로벌 해운업황 부진을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내년 상반기쯤 하림그룹에 편입돼 새 출발할 전망이다.

전날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57.9%) 매각을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인수가격은 6조4200억원이다. 산업은행 측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할 것”이라며 “향후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2024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새우(하림)가 고래(HMM)’를 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으로 HMM 자산가치(25조8000억원)가 하림그룹(17조원)보다 8조8000억원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해운업황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글로벌 해운업계는 코로나 특수로 인한 초유의 호황을 끝내고 지난해부터 정상적인 수준으로 내려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1~2022년 전 세계 정부들의 강력한 부양책으로 해운 물동량 폭등이 폭등해 해운업황은 전대미문의 호황을 누렸다.

해운업황의 바로미터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1~2022년 2000에서 5000을 넘나들었다. 보통 SCFI의 손익분기점은 1000이다. SCFI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부터 현재까지 대부분 1000 안팎을 오갔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1월 기록한 역대 최고점인 5109.6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것”이라며 “최근 SCFI 1000 수준이 불황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달 15일 기준 SCFI는 1093.52다.

문제는 내년 글로벌 해운 업황이 올해보다 부진할 것이란 점이다. 컨테이너 공급량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보다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컨테이너 공급량은 297만TEU로 올해보다 6.8% 증가하는 반면 물동량은 2억790만 TEU로 3.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SCFI가 올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HMM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골자로 한 중장기 투자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HMM은 지난해 15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HMM은 벌크선 보유량 확대를 통해 컨테이너선 매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 HMM 전체 매출에서 컨테이너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93.12%다. 반면 벌크선 비율은 5.89%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안정적 선대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회사 실적이 SCFI에 크게 좌우지되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HMM은 2021년 기준 29척에서 2026년까지 55척으로 벌크선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HMM이 올 상반기 독일 올덴도르프 캐리어스가 보유하던 대형 벌크선 뉴캐슬맥스를 600억원에 인수한 것도 일환이다.

또한 HMM은 기존의 컨테이너선은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친환경 선단으로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2025년까지 전체 선박의 80%를 친환경 선대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2026년까지 120만TEU 친환경 선대 확보가 목표다. 탄소 배출 규제를 글로벌 해운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동시에 최상위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