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과반 촉진법" vs "김대중·노무현의 꿈"…'연동형' 두고 민주 내부 격돌
민주당 초선 의원들, 20일 선거제 개편 토론회 '병립형 회귀' vs '연동형 사수' 논쟁
2024-12-20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도 권역별을 적용한다면 소수정당에게 불이익이 없다. 다음 선거에서 녹색당도 자력으로 원내 1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연동형을 하면 비이재명(비명)계 신당에 의석을 뺏긴다고 우려하는데, 연동형을 안하고 병립형을 하니까 비명계 신당에 명분을 주는 것이다. 연동형을 유지해서 명분을 안주면 안정적으로 양자 구도에서 민주당이 이긴다."
여야가 선거구 획정 및 선거제 개편 사항을 법정기한 8개월이 지나도록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0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에서 당론을 결론짓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당내에서 '병립형 회귀'와 '연동형 유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더 이해하고 나은 결론을 도출하자는 취지다. 이날 토론회는 민병덕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병립형 회귀' 주장자로는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연동형 유지' 주장자로는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나섰다. 이외에도 더민초 운영위원장 윤영덕 의원과 3선의 이학영 의원, 재선 김두관·송갑석, 초선 강민정·강준현·권인숙·김경만·김경협·윤준병·이수진·이용선·이정문·이탄희·장철민 의원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주장의 당위성을 전개하며 '병립형 회귀'와 '연동형 유지' 각각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최병천 전 부원장은 허대만 전 경북도당 위원장을 언급하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병립형·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최근 병립형이 소수정당 배제적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현행 전국 단위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에게만 의석을 배분하는 봉쇄조항을 14대 국회처럼 권역별 3%를 넘는 정당에게 우선 배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정에 따르면 현재 약소정당인 녹색당 등도 자력으로 국회 진출이 가능해진다. 또 최 전 부원장은 정치 퇴행을 막기 위해 우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발언을 인용하며 "개인이 멋있게 지는 것과 정당·국가가 멋있게 지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에서 '멋있게 진 것'은 정치적 차원에서 이득이지만, 민주당이 연동형을 도입하고 '멋있게 지는 것'은 결국 "국민의힘 과반 촉진법"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김준일 대표는 병립형 회귀가 명분과 실리 중 실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 잃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고, 노 전 대통령 역시 정치 발전을 위한 '꿈'으로 언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정치 개혁이 평생 꿈"이라고 말한 상태에서 어느 세대보다 명분을 지지하는 민주당 지지층이 '말 바꾸기'에 지지를 철회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현 정부의 지지율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10·29 이태원 참사 책임 회피 등으로 인해 역대급으로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동형을 도입해도 민주당이 선거에 패배할 가능성이 낮고 오히려 병립형을 도입한다면 당내 연동형 도입파 및 소수 정당들의 비판이 불거지며 지역구 경합지역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선거제 개편에 대한 중요성을 증명하듯 평일 오전에 열린 토론회임에도 수십여 명의 청중이 끝까지 자리에 남아 관심을 보였다. '비명계' 송갑석 의원은 민주당이 연동형이라는 '명분'을 택하기 어려운 것이 '강성 지지층'에 있다며 '연동형 유지'를 선택해 의석에 대한 손해를 다소 보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이후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연동형 유지'를 결정한다고 해도 이후 각종 협의 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내 의견 일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기본소득당과 정의당 탈당파로 구성된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와 함께 개혁연합신당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열린민주당의 김상균 대표는 "민주당 행사에서 민주당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지만, 연동형 도입은 거대 정당들이 손해를 보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동안 잘못된 이익을 얻었던 것을 정상화 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했다. 한편 '더민초'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양 제도의 장점들을 깊이 논의했지만, 주장자들이 정세 분석에 대한 이견을 보였다며 다음주 중 2차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토론회에서는 선거제도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 가능성, 연동형 도입 이후의 정국 변화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