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기획:권인숙] "발달장애인도 투표권 보장해야"…쉬운 공보·투표 보조인 도입해 '보통선거' 확대

인권위 권고 2년 만에 '공직선거법 개정안' 제출 "정당한 의사 능력 존중해 참정권 보장해야"

2023-12-20     이설아 기자
권인숙

21대 국회가 개원 4년 차를 맞아 여러 현안 법안을 발의하고 개정·보완하는 큰 역할을 해왔지만, 반대로 잦은 정쟁과 파행으로 민생 입법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기대와 성원에 걸맞은 유능한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국민은 늘 의심해 왔다.

이에 <매일일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22대 국회에서는 '민생 국회'·'정책 국회'가 돼야 한다는 바람으로 21대 여야 의원들의 입법 활동 내역을 검증하고,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법안들을 골라 짚어보는 연중 기획 '나도 일한다'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대한민국은 만18세 이상 국민 누구에게나 참정권을 보장한다. 헌법상 모든 국민이 장애,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정치에 참여하거나 투표할 수 있는 '보통선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소외되는 국민도 있다. 글을 읽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들도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글 외의 다른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된다면 충분히 자신들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은 발달장애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발달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코 앞에 두고도 국회는 해당 법안들에 대한 논의를 진척하지 않고 있다. 발의된 법안들이 통과되지 않으면 총선 후 국회의원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발달장애인들의 권리 보장 시기는 또 멀어지게 된다. 이에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새로운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국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권 의원의 해당 법안은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현재는 기본 공보물 외에 '시각장애인용' 공보물을 별도 제출하게 돼 있는데, 이에 '발달장애인용' 공보물 역시 추가해 '선거 공약 등 이해하기 쉽게 설명된 선거공보'를 제출하게끔 했다. 또 발달장애인들이 혼자 투표 과정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있음에도 가족의 동행을 거부 당하는 등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 투표를 보조하게 할 수 있게 투표 보조 규정을 추가했다. 권 의원은 이날 <매일일보>에 "1993년 유엔총회에서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준칙을 채택하는 등 발달장애인들의 투표권 보장 필요성은 이미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며 "2021년도 국가 인권위원회도 발달장애인들의 참정권 확대 방안을 마련하도록 제안했으나 아직 명확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고자 한 발달장애인들이 2021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지원 임시 조치'를 신청하는 등의 집단 행동을 보인 바 있다. 그 결과 20대 대선에서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 보조 지원이 미약하게나마 이뤄졌으나, 아직도 제약이 많아 법안의 개정 없이는 투표권 보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권 의원은 "장애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도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자신의 의지로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정치적 의사가 있음에도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던 발달장애인들의 알권리 및 참정권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법안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정신적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성인'과 마찬가지의 의사 결정 능력이 없다는 것으로 투표권을 부여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사회 통합 차원에서 발달장애인에게 투표권을 보장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권 의원은 "정치적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경우 이를 정당하고 온전한 의사로서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발달장애인들의 판단 능력을 재단하기에 앞서, 각 후보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투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