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까지 거머쥔 쿠팡… ‘온·오프라인 통합’ 가속화

6500억원 투자해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및 로켓배송 이식 명품 사업 오프라인 강세…오프라인 사업 연계 여부 관전포인트

2023-12-20     민경식 기자
김범석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쿠팡이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손에 넣고 사세 확장에 본격 나선다. 1400개 명품 브랜드를 190여개국에 선보이는 파페치 인수를 계기로, 신선식품·공산품 취급 대비 부족하다고 인식되던 명품·패션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명품 시장의 성장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온라인에 침투하는 것은 물론 그간 헤게모니를 거머쥔 백화점업계와 경쟁하기 위해 오프라인 사업, 해외 수출 등 차별화를 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명품 시장 성장 여력 존재…명품에 로켓배송 이식

쿠팡이 이번 파페치 인수에 5억달러(한화 약 6500억원)를 쏟아부은 이유는 국내 명품 시장의 성장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데에는 국내 명품 시장의 성장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168억달러(2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 현재 국내 시장은 고물가 장기화로 실속있게 소비하는 불황형 소비가 늘고 있지만, 명품을 처음 접하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명품 대중화가 뚜렷하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명품 소비 인식을 조사한 결과, 명품을 처음 경험하는 연령대로 20대 사회 초년생(45.6%), 대학생(35.8%), 고등학생(26%) 등 순으로 저연령층에서 인기를 나타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 설치된 100여개 물류센터를 토대로 한 로켓배송 서비스를 명품 판매에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에 따르면, 파페치가 자사 부티크 인근 지역에선 90분 배송이나 당일 배송을 실현했지만, 국경을 넘으면 최대 5일 가까이 소요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쿠팡이 가진 물류망과 결합하면 고객 배송 속도가 가파르게 단축될 수 있게 된다. 쿠팡을 상징하는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주문 즉시 다음날 상품이 도착하고 무료 배송·반품도 용이해 핵심 성장 동력이다. 이와 반대로,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 판로도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K팝, K푸드, K뷰티와 달리 K패션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만큼, 쿠팡의 파페치 인수로 해외 수출 길이 열려 패션업계에 순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명품을 백화점(면세점)에서 소비하는데, 쿠팡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명품 플랫폼을 삼키고 이를 물류 강점과 접목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게 되면 차별화가 생길 수 있다” “다만 명품이라는 사업 특성을 고려해 배송 시 패키지나 분실 염려 등에 대한 대비가 완비돼야 고객 신뢰도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명품강자 백화점업계과 본격 경쟁…쿠팡, 오프라인 활용 여부 관심

쿠팡이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에루샤’를 비롯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 1400개를 집약한 파페치를 확보하면서 백화점과의 경쟁을 본격화하게 됐다. 유통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패션 부문 중 명품은 여전히 오프라인이 강세다.  롯데멤버스는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전국의 성인남녀 7000명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 비중은 각각 51.5%, 48.5%으로 드러났다. 패션 부문별로 패션잡화(12.9%), 여가·스포츠용품(12.4%), 패션의류(11.6%)는 온라인에서 주로 거래됐지만, 명품은 오프라인인 백화점(30.5%)이 가장 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쿠팡도 향후 오프라인 사업 확장을 시도할지 귀추가 모아진다. 엔데믹 전환으로 온라인 사업을 넘어 온·오프라인간 시너지 전략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진출 방식은 채널 입점, 자체거점 구축, 팝업스토어 진행 등이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는 이커머스 기업은 대표적으로 무신사가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내년까지 30호점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쿠팡도 지난 8월에 처음으로 뷰티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전통 유통기업들과 달리 이커머스 기업은 사업 특성상 고객과의 면대면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접점 넓히기 위한 시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흑자를 낸지 얼마 안됐고, 이번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에 오프라인을 활용한다면 백화점 입점 보다는 팝업 같이 임시적인 매장을 내세워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