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내년도 예산안 극적 타결···R&D 6000억·새만금 3000억 증액
증액·감액 비슷할 듯···21일 본회의서 처리
2023-12-20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예산안 지각 사태를 빚은 여야가 20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지난 2일이었던 법정 시한을 넘긴 지 18일 만이다. 국회는 오는 21일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고 의결할 방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함께 예산안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여야는 국회 예산 심의로 정부안 대비 4조2000억원을 감액하기로 했다. 또 국가채무와 국채발행 규모는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기로 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연구개발(R&D) 예산은 현장 연구자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차세대 원천기술 연구 보강, 최신·고성능 연구 장비 지원 등을 위해 6000억원을 순증한다고 밝혔다. 여야 견해차가 컸던 새만금 관련 예산도 3000억원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린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은 민주당 요구액(7053억원)의 절반인 3000억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윤 권한대행은 "양당에서 예산 합의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미 법정 시한 넘긴 데다가 민생과 나라 경제를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양당 간 양보와 타협을 통해 오늘 예산안 합의에 이르렀다"며 "예산안 합의를 통해 내년도 민생 경제에 마중물이 되고 어려운 민생을 돌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합의된 예산안이) 야당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당이 최선의 협상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본 예산안이 국민 삶과 대한민국을 더 발전된 사회로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재정적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예산 집행 과정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 예산안의 총 지출에서 4조2000억원을 감액하고, 증액은 개별 사업을 다 반영해 가급적 4조2000억원까지 증액을 할 텐데, 안될 경우 일부 줄어들 수 있다"며 "막판까지 계수조정 작업을 마친 후 정확한 숫자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예산안 합의가 이뤄졌지만, 시트 작업으로 알려진 구체적인 예산 세부 명세서 작업에는 10시간 이상 시간이 필요해 당일 본회의 처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여야는 21일 본회의를 개의해 내년도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앞서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9일 합의를 위한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여야는 656조9000억원 규모의 전체 예산안 중 중점 예산인 R&D와 정부 특수활동비, 공적개발원조(ODA), 새만금 사업, 지역사랑화폐 관련 예산 등 약 56조9000억원의 증·감액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최근까지도 예산안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당초 약속한 20일 합의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여야 모두 예산안 미처리 상태가 장기화하는 데 부담을 느끼며 이날 극적인 타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예산안 처리가 합의됨에 따라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을 쓴 지난해 기록(12월 24일)을 갈아치우는 사태는 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