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이민법' 거센 후폭풍···시민사회 반발에 내각도 '집단 사퇴' 조짐

높아진 이민 문턱 골자···여권, 시민, 정부 일각 반발 마크롱 "이민법은 타협 산물···우리에 필요한 방패"

2024-12-21     이태훈 기자
프랑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한 이민법 개정안의 의회 통과를 두고 프랑스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시민들은 물론 정부 일각도 이민법에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이민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반발 여론 진화에 나섰다.

21일 복수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민법 개정안이 프랑스 상원과 하원을 차례로 통과하자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의회 논의 과정에서 당초 정부가 마련한 안보다 우파 입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대폭 수정된 게 원인이었다. 중도 우파가 주축인 상원은 이날 저녁 7시 양원 합동위원회가 합의한 이민법 개정안을 투표에 부쳐 찬성 214대 반대 114표로 가결했다. 이어 하원도 이날 밤 11시20분께 찬성 349대 반대 186표로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핵심은 높아진 이민 문턱이다. 프랑스로의 이민 문턱을 높이고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 조건을 강화하며 불법 체류자나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의 추방 문턱은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안보다 훨씬 강화된 안이 채택되면서 좌파 진영과 정부 일각의 반발이 거세다. 좌파 인사가 주지사로 있는 32개 주와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시장이 이끄는 파리시는 개정안 중 일부 조항은 법이 통과되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하원 표결 과정에선 범여권 의원 27명이 반대표를 던지고 32명이 기권을 하는 등 내부 이견이 표출됐고, 루소 보건부 장관은 법안 통과에 반발해 20일 사의를 표했다. 루소 장관 외에 4명의 다른 장관도 사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반대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이날 프랑스 북서부 렌에서는 수백명이 도심에 모여 이민법 반대 행진을 벌였다. 시민들은 '이민법은 멍청한 생각'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며 이민억제 정책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비정부기구 '세계의 의사들'도 "개정안은 (이민자들에게) 낙인을 찍고, 차별하고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법 개정은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핵심 과제로 추진해 왔다. 여론의 강한 반발을 맞이한 그는 개정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논란 정면 돌파를 시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5 방송에 출연해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애초 정부안보다 강화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에게 필요한 방패"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법 이민에 대해 "국가로서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불법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없는 상황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민법은 정부의 것이 아니라 의원들과 타협의 산물"이라며 "이민법 타협은 프랑스가 원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되면 15일 안에 이를 공포해야 한다. 다만 위헌 여부 심사나 재심의가 필요한 경우 공포가 연기되거나 금지될 수 있다.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법률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공포 시한이 정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