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슈링코노믹스’ 먹구름… 고심 커지는 韓경제

저출산·고령화 심화… 생산·소비 감소로 경제위기 본격화

2023-12-21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슈링코노믹스(축소 경제)’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국내 전체 가구의 34.5%인 750만2000가구로 나타났다. 1인 가구 비중은 지난 6년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28.6%, 2018년 29.3%, 2019년 30.2%, 2020년 31.7%, 2021년에는 33.4%를 기록했다.

또한, 고령화 인구도 20%대를 앞두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한다고 조사했다. 그리고 해당 인구 비중이 2025년 20.6%를 기록한 뒤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 고령화 기조가 확산됨에 따라, 이미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서도 슈링코노믹스 현상이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본래 슈링코노믹스는 국제통화기금(IMF)이 2020년 일본의 인구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생긴 용어다. ‘축소 경제’를 뜻하며 인구 감소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면서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까지 줄어들어 경제 중추가 무너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2000년대부터 가속화된 저출산 여파는 이미 국내 제조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완구업계의 경우, 저출산과 고임금 문제로 국제 완구 제조사들이 경영난을 겪는 사이 중국 등 해외 완구업체가 국내 시장을 차지한 것이다.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은 지난해 2021년 완구 수출 실적은 8648만3000달러라고 밝혔다. 반면 수입은 그 10배가 넘는 9억2318만2000달러다. 또 통계청에 의하면 완구업체 수는 2005년 461곳에서 2019년 80곳으로 줄었다. 어린이가 많던 80~90년대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완구(로봇, 인형), 체인 페스트푸드 증정 장난감, 캐릭터 팬시 용품 등이 성행하며 국내 관련 제조사들이 크게 활성화 됐다. 그러나 어린이라는 소비층이 줄어든 현재는 산업 역량이 크게 소실됐다.

치솟는 물가와 높아지는 결혼·육아 난이도로 인해 사실상 1인 가구 수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만큼, 국민들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정책과 기업 서비스를 요구한다. 각 기업은 저출산 시대를 대비해 ‘1인 가구’, ‘고령화’, ‘키덜트’ 산업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사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유통 대기업들은 물론, 제약사들도 반려동물 관련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콘텐츠 업계는 어린이 위주였던 게임, 완구를 성인 취향에 맞춰 출시한다.

국내 내수 한파와 중국 내 반한감정으로 매출 상당 부분을 소실한 국내 뷰티 업계는 일본 등 아시아권 시장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중소기업 화장품 업계는 올 3분기 해외 매출 13억600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동기 대비 24.7%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높은 송출 수수료로 경영 부담이 커진 홈쇼핑업계의 경우 TV 의존도를 낮추고 모바일 기반 쇼핑으로 재편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동영상 콘텐츠, 모바일 앱 같이 온라인에 친숙한 MZ세대에 맞춰 홍보 전략에 변화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면 실질적인 저출산 해소 대책은 정체되고, 결국 미래에는 세금을 낼 사람도, 소비자도 줄어들게 되므로 경제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유통기업 L사 관계자는 “내수로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니 1인 가정과 해외로 가겠다는 기업 전략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우리가 수출하는 국가들도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직면했고, 새로운 인구가 태어나지 않는다면 언젠가 소비 시장은 정체된다. 전 세계적인 저출산 해결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