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황교안 vs 한동훈

2024-12-21     조석근 기자
조석근

매일일보 = 조석근 기자  |  불과 몇 년 전이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물론 국내 보수 정치권과 그 지지층 전체가 열광한 '골든 보이'가 있었다. 서울 용산 출신으로 명문 경기고,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다. 공안수사 전문가로 대검찰청 공안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법무장관으로 기용된 이 인물. 얼마 후 국무총리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공직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황교안 전 총리 얘기다. 2019년 황 전 총리는 여야 전체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전대미문의 참패를 당한 보수 진영의 메시아였다. 통합진보당 해산과 그 소속 의원 전원의 의원직 박탈 주역이 바로 황교안 전 총리다. 국사교과서가 북한 주체사상을 가르친다며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보수 진영의 숭고한 이념 전사 황 전 총리는 그러나···. 자유한국당 대표를 맡은 지 불과 1년여 만에 국회의원 총선거 사상 보수 정당 최악의 패배를 불러왔다. 바로 지금 21대 국회의 거야 지형을 만든 주역이다. 어찌 보면 예정된 결과다. 중앙정치 경력이 전무했던 황교안 대표와 그 지도부는 수차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결정을 뒤집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끔찍한 막말을 내던진 후보를 방치했다. 그 결과가 바로 수도권 포함 전국적인 민심 이탈이다. 22대 총선 불과 4개월 앞이다. 보수의 이번 선택은 한동훈 법무장관이다. 그는 황교안 전 총리와 캐릭터, 경력 등 여러 면에서 겹친다. 아니, 그를 향한 열광의 정도는 그 이상이다. 강남 8학군, 서울대 법대 출신 엘리트. 신문 정치면을 온통 화보로 만드는 패셔니스타. 최고의 특수통 검사로 통합진보당 같은 원내 소수정당이 아닌 역대 가장 거대한 야당을 일개 범죄집단 취급하는 패기까지. 한동훈 장관은 김기현 대표가 날아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곧 기용, 아니 '추대' 된다. 한 장관 본인도 자신감이 넘친다. 1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 차 국회를 방문한 일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저한테 꼭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더라"고 쏘아붙였다. 이날 현장 기자 상당수는 국민의힘 출입 기자들이다. 한 장관은 덧붙였다. "이걸 물어보면 제가 왜 곤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보다 본인의 감정을 곧이곧대로 쏟아내는 국무위원, 현직 장관은 처음 본다. 사건 자체에 대해선 "몰카 공작이 맞다"고 말했다. 검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부에 배당한 상황에서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날 기자들과의 즉석 문답은 '정치인 한동훈'으로서 사실상 데뷔전이다. 한 장관은 정당의 최고 요인이 될 인사로서 겸손한 태도 대신, 기선제압을 선택했다. 총선 직전 비대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천 결과의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 엄청난 반발과 비난 속에 당의 공천 기준을 사수해야 한다. 치밀한 선거 전략을 들고 총선 후보들을 전면 지원해야 한다. 매순간이 희생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초선의원조차 거치지 않고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어 성공했다. 그리고 처참하게 패배했다. 직업으로서 정치는 고난이다. 비대위원장은 평시의 당 대표보다 훨씬 위태롭고 어려운 자리다. 과연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미래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