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끝나지 않은 전세사기 악몽… 피해자 구제 어떻게?
피해대책위 "작년 실질적 구제사례 없어" 사기수법 다양화, 올해 상반기도 위험 "모든 피해자 구제는 불가… 비아파트 불신 해소부터"
2025-01-02 권영현 기자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지난 2023년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을 휩쓴 가운데 사기 수법은 갈수록 다양해져 올해에도 전세사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에 대한 공포심도 확산되면서 서민 주거사다리가 무너질 위기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해를 넘겨서도 여야 줄다리기가 여전해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2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피해주택 매입실적은 0건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지난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전세사기피해자지원위원회를 발족해 1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인정했음에도 실질적인 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신종 전세사기 수법이 속속 드러나며 기존 전세사기 특별법마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형평성을 감안해 전세사기 피해 구제에 혈세를 쏟아부울 수 없다는 정부여당도 어느 정도 특별법 개정 논의 필요성은 자각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증보험 사기 등 신종 사기수법이 생기고 임대인의 도덕적 해이까지 가세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재정 형편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드러난 전세사기 수법 중 하나는 전세대출금을 받은 집 주인이 입주 직전 잠적하는 수법이다. 전세금 대출보증에 가입하더라도 입주 이후에만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어 위의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가 져야한다. HUG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존 세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황이라면 이중계약 가능성이 있고, 기존 세입자가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기존 세입자에게 대항력이나 변제권이 있어 신규 임차인이 지원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돈을 지급했지만 집을 받지 못해 계약 성립이 안 되고 보증도 성립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세사기 수법이 다양화되고 최근 빌라를 중심으로 비아파트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해 상반기 내로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주호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실무지원팀장은 “전세계약이 아직 만료되지 않은 분들이 있기 때문에 집주인이 잠적했거나 구속이 됐거나, 경매가 진행되지 않으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상반기에 계약 만료 기간이 오고 나서야 전세사기 피해를 인지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여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구제 후회수를 하더라도 최우선 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을 위해서 최저 보장금액을 30~50% 정도는 보장을 해줘야 피해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며 “신탁주택이나 비주거용 오피스텔, 다가구 주택은 정부가 적극 매입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정부의 지원 대책은 사실상 거의 대출 지원프로그램인데 소득이나 주택 유형 등 추가적인 요건을 부과하고 있어 대출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있다”며 “피해자로 인정을 받으면 추가 조건 없이 대출지원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더 있다. 전세사기가 성행하면서 빌라 매매 수요가 급감해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98.6으로 2년 전인 2021년 11월(102.2) 대비 3.6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도 크게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월간 다세대연립 매매거래량은 1000~1900건대로 2000건을 넘은 적이 없었다. 2021년 월간 3400~6000건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분위기가 올해에도 지속될 경우 빌라 매매가격이 하락해 전세보증금보다 떨어지는 깡통전세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 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돌아 집주인이 집을 처분하더라도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경우 2022년 하반기부터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가 재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는 형평성 문제가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전세시장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전세계약이 안전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정부가 100% 책임지거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식, 집주인에 대한 위험성을 정부가 검찰을 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