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건축 안전진단 20년… 정권따라 '오락가락'
2003년 도입 이후 정권 바뀔 때마다 변천 "정책 수용성 떨어져 근본적 검토 나와야"
2024-12-25 이소현 기자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완화키로 한 재건축 안전진단이 도시정비업계에 도입된 지 20년을 맞았다. 당초 정부는 시장 정비 및 투기 억제를 위해 이를 도입했으나, 제도 실현 과정에서 주택 공급을 막는 재건축 3대 대못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지난 2003년 제정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첫 등장했다. 안전진단은 역대 정권의 입맛에 맞게 변천을 거듭해 왔다.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정권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그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대통령령에 따라 손 볼 수 있어 정부의 정책 기조에 좌지우지됐다. 대표적인 것이 구조안정성 가중치다. 안전진단 평가항목은 크게 4가지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이중에서도 위험성을 측정한다. 쉽게 말하면 건축물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제 하중을 견딜 수 있을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가중치가 높을수록 재건축 인허가를 받기가 어렵다. 이같은 구조안전성 가중치는 2003년 첫 도입 당시 45%로 책정됐지만, 2006년 50%→2009년 40%→2015년 20%→2018년 50%→2023년 30% 등 무려 6차례 변경됐다. 부동산 투기를 경계한 노무현·문재인 정권은 강화하고, 시장 친화적인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권은 풀었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집이 무너지기 전에는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호소가 나왔다. 구조안전성 강화에 적정성 검토까지 도입된 탓이다. 서울 목동을 필두로 전국 46개 사업장이 불발됐고, 집권 기간 불과 20여곳만 그 문턱을 넘었다. 규제를 대폭 완화한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올해 만해도 전국 163개 사업장이 이를 통과했다. 이처럼 재건축 안전진단은 정책 향방과 시장 흐름에 따라 재건축 관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며 주택 공급 측면에서 악영향을 끼쳐온 만큼,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20년 사이 도심지 노후화로 강남·목동 뿐 아니라 경기·인천 및 지방 대도시도 재건축 연한(30년)에 진입한 점도 지목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본적인 부분에서 민간 사업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느냐의 문제"라며 "핵심 지표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권에 따라 너무 극심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과 정책 수용성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것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