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지방저축은행 부동산PF 부실채권비율 껑충
부실 1년반 만에 5배로...당국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
내년부터 신규 토담대도 부동산PF 대출 수준 준해 취급
2024-12-2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지방·중소형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신규 토지담보 대출을 부동산 PF 대출에 준해 취급하는 등 저축은행 여신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25일 한국신용평가의 '저축은행 업계 사각지대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저축은행 47개 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말 1.3%에서 올해 6월 말 6.5%까지 약 5배로 상승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47개 저축은행 중 30개사는 지방에서 영업을 하고, 43개사의 자산 규모는 1조원 미만이다. 한신평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 저하에 따라 부동산 관련 여신의 건전성 지표가 이렇듯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47개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67.9%나 됐다.
현행 저축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저축은행은 부동산 관련 여신은 총여신의 50%를, 부동산 PF는 20%를 넘을 수 없는데 부동산 관련 여신 비중이 45%를 상회하는 업체는 47개사 중 8개사였다. 부동산 PF 비중이 15%를 웃도는 업체는 4개사로 집계됐다.
한신평은 보고서에 "지방 건설업체의 폐업과 부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지방·중소형 저축은행 건전성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건전성 지표 악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 신규로 취급하는 토지담보대출에 대해서는 부동산 PF에 준해 분류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총 신용공여액의 20%까지 부동산 PF를 취급할 수 있도록 했는데 내년부터 이 비율에 신규 토지담보대출도 포함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대손충당금에 대해서는 기존 토지담보대출도 부동산 PF 대출 수준으로 적립하도록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중앙회에 공문을 전달했다.
감독규정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PF 대출 취급 시 쌓아야 하는 충당금 적립 비율(정상 등급의 경우)은 2%대로 일반 대출 충당금 적립 비율인 0.85∼1%보다 2배가량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악화에 따라) 현재 신규 토지담보대출 취급은 감소한 상태"라며 "향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부동산 PF 취급이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저축은행업권은 1천억원 규모로 조성한 부동산 PF 지원 펀드 중 200억원가량을 내달 중 매입·매각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 9월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NPL)을 매입해 재매각하기 위한 용도로 1천억원 규모의 PF 지원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저축은행업권은 앞서 1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을 매입한 바 있으며 이달 중 200억원 규모의 매입·매각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기자본비율 관리·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저축은행업권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