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나간 자리 '친윤 비대위'...변화 시급한데 여전한 尹 존재감
26일 전국위 ARS 표결로 '한동훈 비대위' 승인 국정 심판 여론에도 커지는 '용산 리스크' 골치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이달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 김기현 지도부에 이어 또 다시 '친윤'(친윤석열) 비대위가 들어서게 됐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저조한 만큼 내년 총선에서 한 전 장관 체제로 승리를 이끌기에는 여러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권 심판론' 성격이 강한 총선에서 여당이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한 전 장관 역할보다 윤 대통령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6일 온라인으로 전국위원회를 열고 자동응답시스템(ARS) 표결을 통해 한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한다. 임명이 최종 확정되면 한 전 장관은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부터 당 지휘봉을 넘겨받게 된다.
한 지명자가 26일 최종 선출되면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한 지 13일 만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는 것이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지난 13일 대표직에서 물러나 당의 안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여당은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른바 친윤 지도부에 이어 '찐윤'(진짜 친윤) 비대위가 들어섰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 통화에서 "혁신위원회도 흐지부지 끝내더니 결국 비대위도 '친윤'을 다시 세웠다"며 "국민들이 보기에는 하나도 바뀐 게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김기현 체제에 이어 다시 친윤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인 내년 총선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저조한 만큼 친윤 비대위가 '정권 심판론'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기조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가 될 것이다. 집권 2년차에 30%대 지지율은 지지율이 거의 없다는 얘기"라며 "한동훈 비대위가 윤 대통령의 한계를 조금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한동훈 지명자가 아니라 윤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대통령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종훈 평론가는 "지난번 대통령실을 개각할 때 그리고 혁신위와 비대위까지 딱히 변화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며 "한동훈 지명자가 윤 대통령과 관계를 깨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윤 대통령이 바뀌길 기대하는 편이 차라리 더 낫지만, 기대난망"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기조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현재 비정상적인 당정 관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상병 평론가는 "지금은 당정 관계가 수직적"이라며 "하지만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의 부하 집단은 아니지 않나. 여당 의원들은 국민이 뽑은 것"라고 피력했다. 이어 "건강한 당정 관계는 '협력과 긴장 관계'다. 이런 관계를 한동훈 지명자가 만들어낸다고 하면 윤 대통령 스탠스도 바뀌지 않겠나"라며 "그러면 총선에서 훨씬 더 유리한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동훈 비대위'는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비대위원 인선을 거쳐 오는 29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앞서 한 전 장관은 연휴 기간 지도부를 구성할 비대위원 인선 구상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과 당연직인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