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도 논란부터 수익성 악화까지… 中企에 ‘적신호’

중처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앞두고 어려움 호소 커져 안전관리자 채용 비용 상승…재무 상태 악화도 발목잡아

2024-12-26     신승엽 기자
중소기업계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중소기업계가 각종 제도와 재무적 부담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각종 노동규제에 고충이 커지는 실정이다. 노동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도 현재의 재무 상태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계 전반이 정쟁에 휘둘리고 있는 만큼, 내년 초에도 이들의 고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그간 각종 노동규제 완화를 호소했다. 최근 가장 큰 화두는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다. 중처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다. 중처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해당 제도의 피해 책임에서 벗어날 기본적인 안전 관리 방안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안전관리 인력을 충분히 배치할 경우 제도적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관련 인력 부족과 비용 문제가 크다는 이유로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기업들의 준비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에 참여한 50인 미만 사업장 75개를 상대로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60%는 여전히 중처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지 못했다. 이중 46.7%는 ‘안전 전문인력 등 업무수행 인력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제도적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소기업 56%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에 참여해도 실제 체계 구축 및 이행까지는 6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 등의 컨설팅을 받은 기업 중에서도 ‘즉시 구축할 수 있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중소제조업 관계자는 “근무 중인 사업장은 내년부터 중처법의 대상에 포함된다. 안전관리자를 채용해야 하지만, 오를대로 오른 이들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중처법 시행으로 대기업도 안전관리자 채용을 원하고 있으며, 이들도 안전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이유로 1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노동계에서는 중처법 관련 비용이 노동자의 목숨 값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계의 상황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72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2% 상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상반기(522건)보다 38.7%나 증가한 바 있다.  한계기업도 속출했다. 한계기업은 발생하는 영업이익으로 그간의 대출로 발생한 이자를 갚기 어려운 기업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부터 빚으로 연명한 기업들이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 상황으로 해석 가능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 영리법인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전체의 42.3%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2017년 32.3% △2018년 35.2% △2019년 36.6% △2020년 40.9% △2021년 40.5% △2022년 42.3% 순이다. 중소기업의 한계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작년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11.3%로. 2012년(18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중소기업 차입금 의존도(42.1%)는 2009년 이후 역대 최고, 부채비율(171.3%)도 2016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다. 새로운 투자도 준비하기도 어려운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이 감당해야 할 대출 잔액도 연일 상승하는 추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개인사업자 포함)은 지난달 말 기준 630조6129억원으로 조사됐다. 전월 대비 3조6462억원, 올해 들어서는 32조3992억원(5.4%)이 늘어난 수치다. 10월 말 한국은행의 조사에서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998조원이라는 조사가 나왔기 때문에, 사실상 1000조를 돌파한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이자도 중소기업을 옥죄는 요소다. 5대 은행이 올해 8~10월간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의 5% 이상 고금리 비중은 61.8~86.2%를 차지했다. 앞으로의 대출 상환도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원하는 중소기업의 계획을 저해할 전망이다.  경기도 평택시의 제조업 관계자는 “인근 기업들은 대부분 소비재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지난 3년간 물량 발주가 줄어 빚으로 연명했다”면서 “현재는 발주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부터 이어진 대출을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