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⑤송창현 현대차 사장
현대차 'SDV 전환' 이끄는 선봉장 네이버·마이크로소프트·애플 출신
2023-12-26 이찬우 기자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42dot(포티투닷)’의 수장인 송창현 현대자동차 사장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SDV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모빌리티 스타트업인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포티투닷은 네이버 최고기술경영자(CTO)이자 네이버랩스 대표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2019년 설립한 회사다. SDV는 자동차를 스마트폰처럼 수시로 업데이트를 가능하게 해 고객의 편의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미래기술이다. 송창현 사장의 포티투닷은 이러한 현대차의 SDV 전환 전략을 실행하는 ‘두뇌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송 사장은 1968년생으로 미국 오아이오주립대 전산학 학사, 퍼듀대학교 전산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컴퓨터 네트워크 시스템 업체 CTC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디지털이큅먼트(DEC)와 컴팩,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거대 IT 기업을 두루 거친 '스타 개발자'다. 이후 2013년 네이버로 자리를 옮겨 네이버 CTO, 네이버랩스 대표를 역임한 뒤 2019년 초 네이버를 떠나 자율주행 서비스형 운송(TaaS) 스타트업 '코드42(포티투닷)'를 설립했다. 송 사장이 네이버를 떠날 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크게 아쉬워했다는 후문이 있다. 그의 네이버 시절 역량은 그가 네이버 CTO직을 내려 놓은 직후 집단 CTO 조직으로 개편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혼자 하던 일을 집단이 수행해야 할 만큼 일당백의 역량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송 사장이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 모터쇼 현장이었다. 그 곳에서 정 회장은 ‘자동차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내다보고 있는 송 사장을 지속적으로 관심있게 눈여겨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2년 정 회장은 그동안의 관심을 ‘포티투닷 인수’로 증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여러 차례의 지분 매입, 유상 증자 등을 통해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포티투닷의 전 지분을 사들였다. 이에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의 직함은 '송창현 현대자동차·기아 SDV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변경됐다. 정 회장은 투자 지원과 함께 SDV과 관련한 전략, 인력 채용까지 사실상 전권을 송창현 사장에게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송 사장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신뢰는 영입 방식에서 나타난다. 현대차그룹은 통상적으로 인재를 영입할 때 부사장을 주고 검증 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데, 송 사장은 처음부터 사장직을 준 것이다. 게다가 기존 포티투닷 대표이사 자리도 유지해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영입했다. 지난 1월 신년회, 현대차그룹의 헤리티지(유산)를 조명하는 ‘포니의 시간’에도 정 회장 옆엔 송창현 사장이 서 있었다. 이러한 송창현 사장의 잦은 등장에 대해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어떤 목적지로 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메시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포티투닷의 가장 큰 임무는 현대차의 ‘자체 차량용 운영체제(OS)’를 만드는 것이다. SDV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게 차량용 통합 OS 개발이기 때문이다. OS는 스마트폰처럼 무선 통신으로 차량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OTA(Over the air) 적용에 필수다. 이처럼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현대차에서 송 사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GSO(Global Strategy Office)는 지난 6월 인베스트 데이에서 “SDV 전환 등의 혁신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포티투닷에 우리 그룹이 부여한 역할”이라 말했다. 이에 포티투닷은 현대차 그룹의 전략에 맞춰 SDV와 목적기반차량(PBV)을 중심으로 차량을 개발하고, 이 모빌리티에 자체 개발한 기술 플랫폼과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송창현 사장은 인재 채용에도 진심이다. 포티투닷은 ‘인재 블랙홀’로 불릴만큼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다. SDV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결국 핵심 인재기 때문이다. 최근 송 사장은 본인 SNS에 채용 공고를 공유하며 “자동차산업 업의 본질이 SW와 AI로 재정의되는 글로벌 이동의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 달리고 있다”며 “수도 없이 새로운 방향성에 너무나도 도전적이고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SW 및 AI 기반 자동차를 같이 만들어 나갈 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송 사장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 기지 역할을 맡으면서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 경험을 제시할 수 있는, ‘자동차 회사가 진짜로 필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