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출판기념회 러시'…정치자금 제한 풀어달라 요구 ‘봇물’

전문가 "선거풍토 변화로 정치 비용 줄일 수 있어" 지적도

2024-12-26     이설아 기자
박지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예비후보들이 잇달아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 책 내용의 충실성보다는 정치자금의 우회적 확보가 목적이라는 비판이 불거지는 가운데, 비현실적인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연말까지 6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었거나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약 20%의 의원들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다. 일각에선 선거 때마다 우후죽순 열리는 출판기념회에 대해 주변에 후원을 압박하는 '악습'이라며 이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를 반영해 지난 2014년에는 출판기념회 금지법이, 2018년에는 출판기념회 회계보고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 결국에는 '모금'이 목적이기 때문에, 정치 신인들의 정치자금 확보 루트를 다원화하지 않는 이상 또다른 '꼼수 모금'이 나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후보자가 선거 운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선거비용제한액)은 지역구 국회의원 기준 평균 2억1800만원가량이다. 물론 해당 금액만큼 선거 비용을 모두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당선을 위해서는 암암리에 제한액을 훌쩍 넘겨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월 국세청이 발표한 2021년 기준 한국 직장인 평균 근로소득이 4024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평균 직장인이 5년 반 정도를 꼬박 모아야 제한액을 간신히 채울 수 있다. 따라서 부유층이 아닌 이상, 특히 정치 신인의 경우 해당 금액을 충당하기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출판기념회를 통해 '큰 손'들의 후원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인에 대한 기업 후원이 금지되고 1인당 최대 후원 가능 금액도 500만원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의 선거 '실탄' 마련을 위해서는 출판기념회가 어느 정도 강제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영수증 없이 참석자들이 현금 봉투로 건네는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경조사 비용으로 분류돼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아 현행법상 모금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선거 비용 중 비중이 큰 공보물 발행 비용에 대한 국가의 선보조, '정치 기본소득' 도입 등이 제시된다. 또 정치자금법 자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크다. 후원금 제한을 둔 현재의 정치자금법, 일명 '오세훈법'은 지난 2004년 도입됐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선거운동 비용 조달을 위해 대기업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백억원을 받은 것에 대한 대안이었으나, 3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금융 환경도 크게 투명해진 만큼 정치인들에 대한 제약을 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편으로 선거 풍토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매일일보>에 "지금은 예전 같은 많은 조직원들과 홍보물을 대체할 SNS 등이 발달했다"며 "선거 방식을 바꾸고 적법한 선거운동 내지 정치 활동을 한다면 그렇게 나갈 비용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