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건설사 리스크, 기본 충실한 정책으로 해소할 수 있어
2024-12-26 안광석 기자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내년 살아서 봅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러한 늬앙스의 연말인사를 건네는 건설기업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1994~1995년은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사고 등 굵직한 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했던 때였다. 나이 지긋한 건설인들은 당시 연말연시에도 똑같은 워딩을 주고받았는데 올해는 다른 의미로 섬뜩하게 다가온다고들 한다. 건설업계는 현재 생존이냐 도태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공급자로서 주택을 짓거나 분양하기 위한 필수요소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부터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42%다. 지난 2022년 같은 시기 1.19%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이 시기 부동산PF 대출 잔액 합계는 134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조원 급증했다. PF 연체율이 높다는 것은 조합과 주택소유주와의 갈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묶여 있는 건설 사업장이 많다는 뜻이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원자재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인건비도 올랐으면 올랐지, 떨어진 전례는 없다. 오죽했으면 부실시공 우려에도 외국인 노동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즉, 공사비 부담은 계속 증가하는데 주택 관련 사업은 진행되지 못하고, 돈은 묶인 채 이자만 불어나는 악순환은 반복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단순 재정건전성 문제를 떠나 간판 올리고 사업을 할 수 있느냐 아니냐 문제다. 금리 부담으로 수요자들도 과거보다는 내 집 마련에 소극적인 만큼 수요와 공급 양날개가 모두 꺾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 집값은 얼마이고 내년 전망은 어떻다는 것 등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인체로 비유하면 당장 피부터 제대로 통하지 않아 응급실을 가야 할 상황인데 내일 점심메뉴와 영양소를 따지는 격이다. 징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폐업한 전국 종합건설업체는 각각 305곳과 362곳인데, 올해는 12월 한달을 남겨두고 512곳이 셔터를 내렸다. 올해 부도처리된 건설사 13곳 중 4곳이 시공능력 100위권대이거나 그 이상 순위다. 현 상황에서 수요의 경우 금리가 내려가는 것 밖에는 회복될 길이 요원해 보인다. 미국이 내년 중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고는 했지만, 문제는 그 시점이 언제냐이고, 우리가 임의대로 조정할 수도 없고, 또 그때까지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도 없다. 요는 부풀어 오를 대로 부푼 부동산 PF 부실을 조금씩 줄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업이나 경제가 놀라 대혼란이 날 수밖에 없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수요는 어떻게 할 수 없어도 공급 측면에서 부담을 줄이는 것은 정책적으로 얼마든지 조율 가능하다. 마침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한계기업 등에 대해선 자구노력 등 자기 책임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부실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맞는 말이다. 말과는 별도로 행동으로 총선을 의식하지 말고 기본과 원칙에 입각해 살릴 곳은 살리고 정리할 곳은 정리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우리 가계가, 내년 국가경제 향방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