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새해에도 쉽지 않다"… 건설사 키워드는 '내실경영'

업황 침체 3년차… '원가절감' 방침 확산 해외 수주 '청신호'…투자 확대·영업력 집중 국내 주택, R&D 확대 등 경쟁력 제고 병행

2024-01-02     권한일 기자
신년에도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갑진년(甲辰年) 새해 건설업계의 신년 경영 키워드로 단연 '내실경영'이 꼽히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분양 감소로 유동성 회복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지난 2년간 수주와 착공이 동시에 줄면서 실적 하락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24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17.3% 감소한 19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신년에는 이보다 1.5% 감소한 187조3000억원 수주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차질 등 건설사들의 사업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높아, 민간 수주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건산연은 내다봤다. 특히 지난 2년간 건축 착공이 급감하면서 올해 주거 및 비주거용 건축 공사 부진에 따른 기성(시공실적) 감소와 매출 감소 가능성도 높아진 실정이다. 여기에 신년 국내 건설 투자는 지난해보다 0.3% 줄어든 260조7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월 말까지 누적(1월1일~10월31일) 전국 주택 착공은 전년 대비 57.2%, 최근 10년 평균치보다 64.9% 급감한 14만1595호에 그쳤다. 동기간 주택 인허가도 1년 전보다 36.0%, 10년 평균보다 36.6% 줄어든 27만3918호 였다. 그나마 지난해까지 국내 건설사 상당수는 과거 주택 호황기 때 착공했던 현장들에서 발생하는 진행률과 기성으로 실적을 달성했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신년 경영 기조에서 보수 경영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착공 및 신규 분양이 급감했고 선별 수주로 현장 자체도 크게 줄고 있다"면서 "원가 절감·비용 절감은 한 회사를 넘어 건설업계에 전반적인 업무 지침이 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건설사들은 위축된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사업을 확장에 영업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해외건설 수주 300억 달러를 달성한 국내 건설업계는 신년 해외 건설 시장 전망을 더욱 밝게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 이어 최근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도 타 대륙 생산품에 높은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LG,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의 해외 생산 공장 증설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앞서 기착공한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공장(삼성물산 시공) △SK배터리 미국 공장(현대차그룹 발주, 현대엔지니어링 시공) △롯데케미칼 인니 공장(현대엔지니어링 시공) 등 대형 그룹 계열사들의 해외 현장에서도 계약 잔액이 많이 남아 있어 진행률에 따른 추가 실적도 인식될 전망이다.
국내와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와 인도네시아 신수도 건설, 우크라이나 전쟁 재건 사업 등 초대형 프로젝트들도 국내 건설업계에 해외 확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존 국내 주택사업에선 특화 설계 등을 통한 차별화로 브랜드 가치와 분양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현장 안전을 위한 스마트 공법 도입도 늘어날 전망이다. 일례로 시공 능력 1위 삼성물산이 지난해 8월 거주자 개인 취향에 따라 주거공간을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변화시키는 '넥스트홈'을 제시하고 '넥스트 라멘구조'와 '인필(In-Fill)시스템', 홈스마트 플랫폼인 '홈닉'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형 건설사 간 치열한 기술 경쟁이 예고됐다. 실제로 도급 순위 상위 20여 건설사들은 지난해 업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R&D) 지출을 전년 대비 평균 37% 가량(3분기말 집계 기준)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모듈러 등 탈현장 공법과 층간 소음 저감, 사고 예방 기술 개발과 중장기적인 비용 절감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시기가 불확실한 가운데 신년에도 건설기업의 자금 조달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라며 "건설업계는 현금 유동성 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수정 및 맞춤형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업계를 선도하는 최상위 건설사들은 시공 원가 상승과 안전 부문 강화에 따른 부담이 앞으로도 계속 가중될 것으로 내다보고 R&D 투자를 통해 중장기적인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